"알맹이"없이 끝난 "반도체 업계 협의회"

「묘안도, 신선한 아이디어도 없다」

28일 한국반도체산업협회가 박태영 산업자원부 장관을 초청해 개최한 반도체산업 민간협의회에 참석한 한 업계 관계자는 『내용도 알맹이도 없는 의전적 행사』 『반도체 산업이 어렵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 유일한 성과』라고 모임자체를 평가절하했다.

이날 협회가 정부와의 조율을 거쳐 내놓은 수출확대 및 경쟁력 강화방안은 크게 3가지.

▲반도체 사업 구조 다각화를 통한 메모리와 비메모리 반도체 산업간 균형 발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을 통한 장비, 재료등 주변산업의 발전 도모 ▲업계 공동의 수출대책 협의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해 시장 상황에 신속히 대처한다는 것이 이날 발표된 대책의 전부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이라면 수년전부터 귀가 따갑도록 들어온 퀘퀘묵은 메뉴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게 참석자들의 공통된 평가다.

부가가치가 높고 경기침체의 영향을 덜 타는 비메모리 분야에 투자를 집중하고 관련업계가 공동연구사업을 확대한다는 등의 세부 내용도 재탕 일색이다.

여기에 올해에도 D램의 공급과잉이 계속돼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함에 따라 시장 규모가 전년보다 26%정도 축소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덧붙여지면서 회의의 목적인 대책논의보다는 비관적 현실의 재확인 수준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이같이 모처럼 열린 반도체 업계의 협의회가 용두사미로 끝난 것은 협의회에 앞서 열린 실무급의 사전 협의가 정부의 의도대로 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초 이날 민간협의회는 최근 삼성전자가 끈질기게 주장하고 있는 64MD램 감산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계획됐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업계 공동의 감산이라는 「깜짝쇼」를 기대했던 정부와 협회의 의중은 반도체 3사의 임원과 산자부 가 참석한 사전 조정회의에서 현대전자와 LG반도체의 반대로 무산됐고 이날 모임이 단순한 조찬행사로 변질됐다는 것이 업계의 불만이다.

특히 일부 업체의 경우에는 산자부측이 지나치게 삼성전자의 감산논리를 지지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내비치면서 업체간 공조는 커녕 오히려 관계를 악화시켰다는 비판론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승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