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업원 지주회사 늘고 있다

최근 가전업계에 종업원이 주인이 되는 중소 전문기업이 잇따라 등장, 눈길을 끌고 있다.

IMF한파를 극복하기 위해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사업구조조정을 통해 앞다퉈 한계사업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분리된 사업부를 종업원이 자본 출자를 통해 인수하는 일종의 MBO(Management Buyout:임직원에 의한 사업분할)형태가 우리나라에도 도입되고 있는 셈이다.

영국 정부에 의해 80년도에 처음으로 도입된 MBO는 현 임직원이 중심이 돼 대기업에서 분리되는 회사를 인수하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기업인수에 들어가는 자본의 대부분을 투자은행이나 벤처캐피털로부터 조달하지만 현 경영진과 종업원도 투자를 하게 된다.

임직원에 의한 사업분할의 최대 장점은 대기업에서 중소전문업체로 회사규모와 형태만 바뀌었을 뿐 사업권을 그대로 양수받아 사업의 계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기존 신설 벤처기업과는 달리 조직이 안정돼 있을 뿐 아니라 모기업과 협력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 중 하나다.

사업구조조정작업을 추진하는 대기업 입장에서도 큰 부담없이 사업부를 정리하고 인원을 감축할 수 있어 앞으로 임직원에 의한 사업분할이 가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 물류사업부에서 분리 독립한 물류전문회사인 토로스가 임직원에 의한 사업분할의 대표적인 사례다. 토로스는 물류팀장인 임원이 전제 자본금의 30%를 출자해 대표를 맡고 대다수 종업원들도 퇴직금을 출자해 주주가 됐을 뿐 아니라 삼성전자가 나머지 20%를 출자, 벤처캐피털의 역할을 맡았다는 점에서 MBO에 가장 가깝다고 볼 수 있다.

현대전자 미디어사업부에서 지난달 분리 독립한 종업원 지주회사인 HDT도 직원이 자본의 대부분을 출자하고 외부 투자가로부터 자본을 유치했다는 점에서 토로스의 예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미디어사업부 소속의 4백여명에 이르는 직원 중 불과 53명만이 참여하고 현 경영진이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MBO의 중간단계로 볼 수 있다.

대우전자 디지털피아노사업부에서 분리돼 독립법인으로 새로 출범한 벨로체도 MBO의 변형모델 중 한 예로 꼽힌다. 피아노사업부 소속의 90여명에 이르는 직원 중 팀장을 포함한 25명이 퇴사해 회사를 설립했지만 자본금의 대부분을 외부에서 조달했을 뿐 아니라 기존 직원보다는 새로 채용한 직원수가 45명으로 훨씬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기업으로부터 사업권 일체를 양수함으로써 종업원에 의한 사업분할의 장점은 모두 갖추고 있다.

삼익악기에서 분리 독립한 IS뮤직 역시 종업원에 의해 사업분할된 경우지만 MBO와는 다소 다른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삼익악기 연구소에서 10여년 동안 디지털피아노를 개발했던 연구원들과 일부 생산직 사원들이 모기업의 도움을 받아 별도 법인으로 독립했지만 개발과 생산만 이 곳에서 전담할 뿐 내수판매와 수출은 전적으로 모기업에 의존하기 때문에 MBO보다는 소사장제도의 확대개념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종업원에 의한 사업분할은 대기업의 사업구조조정으로 명예퇴직이나 실업의 공포에 처한 임직원들에게 새로운 도전의 기회와 「주인이 되는 길」을 열어줌으로써 우리 경제에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