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지역민방" 비상구 없나

지역 민방이 빈사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천방송, 부산방송, 대전방송, 대구방송등 전국 8개 지역민방들이 IMF사태 이후 불어닥친 극심한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대대적인 인력감원과 제작비 절감등 경영개선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KBS, MBC, SBS등 지상파 3사 위주의 시장구조가 워낙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는데다 광고수익의 근간인 지역경제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어 큰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방송위원회 주최로 열린 「98 방송편성, 정책연구위원회 중간토론회」에서 김광수 대전방송 사장은 『지난해 8개 지역민방 가운데 대전방송을 제외한 7개 지역민방이 적자를 기록했으며 대전방송마저도 올 1월부터는 계속 적자를 보고 있다』며 지역민방이 처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특히 김 사장은 『인구가 1백30만∼1백40만 수준인 대전광역시에서 지역매체인 대전방송에 지속적으로 광고를 낼 수 있는 업체는 고작 4∼5개에 불과하고 같은 충청권 지역민방인 청주방송과도 경쟁할 수 밖에 없는 상태』라며 지역민방에 불리하게 되어 있는 광고요금체계를 개선하고 방송권역의 확대, 방송광고수탁수수료율의 조정등 획기적인 조치가 이뤄지지않는 한 빈사상태를 벗어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사실 지역민방들의 경영상태는 IMF구제금융 사태 이후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작년에 일제히 개국한 2차 지역민방사들은 출범하자마자 IMF사태라는 미증유의 사태를 맞는 바람에 현재 고사 직전에 놓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방송위원회 이은미 선임연구원이 이번 토론회에서 발표한 「지역민영방송의 활성화 방안연구」에 따르면 부산방송의 경우 올해 18억원의 영업수익을 기대하고 있으나 영업외 비용의 과다로 경상손실이 27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대구방송은 6억원,대전방송은 11억원,광주방송은 24억원의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2차 민방의 경우 개국 원년에 4개 방송사 공히 10억∼20억원 상당의 적자를 나타냈는데 올해는 적자폭이 2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며 1백% 자체 제작을 표방한 인천방송의 예상 적자폭은 거의 자본금과 맞먹는 액수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같은 비관적인 예측은 올들어 지역민방사들의 광고수주액이 작년에 비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쉽게 추론할 수 있다. 한국방송광고공사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올들어 지역민방들의 방송광고신탁액은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부산방송의 경우 작년 6월 광고신탁액이 24억원에 달했으나 올 4월에는 10억원 수준에 불과했고, 대구방송은 19억6천만원에서 8억6천만원으로 절반 가량 떨어졌다. 광주방송과 대전방송 역시 작년 6월 광고신탁액이 각각 10억∼11억원에서 올 4월에는 6억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2차 지역민방은 더욱 심각하다. 올 4월 2차 민방의 광고신탁액은 청주방송(3억7천6백만원),전주방송(4억7천6백만원),울산방송(5억1천1백만원),인천방송(7억2백만원)등이었다. 이같은 상황에서는 프로그램의 자체 제작은 엄두도 낼 수 없다는게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SBS프로그램에 대한 의존율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은미 선임연구원은 『지역민방들의 올 4월말까지 광고수주액은 작년대비 30%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불황일수록 집중과 효율성의 원리가 적용되는 광고주들의 성향을 감안할때 지역민방의 광고수주는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전문가들은 지역민방들의 이같은 경영사정을 감안해 정부가 지역민방의 방송권역을 확대하고 광고요금체제를 조정하는등 획기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지역민방의 경영부실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케이블TV의 경영부진이 위험수위에 도달해 있는 가운데 지역민방까지 이 상태로 방치할 경우 결국 회복불능의 상태에 빠지게 돼 김영삼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다매체 다채널 정책은 총체적 부실로 결말이 나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소리가 높다.

<장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