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인텔이 64비트 차세대 마이크로 프로세서로 준비해온 「머세드」의 양산 시기를 당초 계획보다 6개월 지연된 2000년 중반경으로 연기한다고 최근 발표함에 따라 업체간의 희비쌍곡선이 교차하고 있다.
가장 타격을 입은 쪽은 인텔과 공동으로 머세드를 개발해온 HP. HP는 자사 CPU개발을 포기하면서까지 머세드 공동개발 프로젝트에 참여, 시스템 사업에서 경쟁 업체들보다 한발 앞서가겠다는 복안이었으나 머세드 출시가 6개월 가량 지연되면서 이러한 이점이 거의 사라지게 됐다는 것이 자체 분석이다. 한국 HP의 한 관계자는 『HP는 이미 지난해부터 머세드에 맞춘 HP 유닉스 11.0을 개발, 사이베이스, SAP 등 주요 독자 소프트웨어 개발그룹(ISV)과 공동 작업을 진행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라며 『당초 일정대로라면 HP가 경쟁업체보다 적게는 3개월, 많게는 1년정도 시스템 개발에서 앞설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제는 의미가 없어졌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밖에 자체 MIPS CPU 제품 개발을 연기하면서 인텔 칩 채용의사를 밝힌 실리콘 그래픽스도 커다란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인텔의 머세드 칩 양산 연기 조치가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이는 쪽은 계속 독자칩 솔루션을 공급하겠다고 공언해온 디지털과 선. 특히 디지털과 기술제휴로 알파칩을 생산중인 삼성전자는 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호기가 될 것이라고 환영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내년에 출시할 64비트 OS인 윈도NT 5.0을 가장 먼저 지원, 64비트 시대를 인텔보다 1년 이상 앞서갈 수 있다는 것은 CPU마케팅에서 매우 큰 장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올 7월 기존 알파칩보다 성능을 두배이상 향상시킨 「21264」를 양산, 인텔 칩을 기다려온 고성능 서버 및 워크스테이션 생산업체들의 수요를 일정부분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또 인텔측의 양산 연기로 거의 같은 시기에 0.18미크론 공정을 도입, 가격적으로도 인텔과 경쟁이 가능해졌다는 측면도 부각된다.
선도 울트라 스파크 Ⅲ를 내년 출시, 머세드와 1년간의 시차를 갖게 됐으며 머세드를 적용한 시스템 사업과 관련, HP와 출하시기를 맞출 수 있다는 것이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인텔의 이번 조치에 대해 『지난해까지 머세드의 내년 양산을 낙관적으로 본 인텔이 기술상의 어려움으로 양산을 연기한다는 것은 의문』이라며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마이크로프로세서 공급과잉, MS의 윈도NT 5.0 연기설과 관련있는 조치가 아니겠냐』고 분석하고 있다.
<유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