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그룹 공중분해, 해태전자의 앞날은...

해태그룹이 사실상 공중분해될 비운을 맞게 됨으로써 계열사인 해태전자의 처리문제가 오디오업계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제 해태전자의 운명은 그룹과는 별개로 해태전자의 채권금융기관인 종합금융사와 한일, 동화, 조흥 등 3개 은행의 손에 완전히 넘어갔기 때문이다.

해태전자측은 『채권금융기관인 종금사들이 여러 차례에 걸쳐 대출금을 출자전환한 뒤 계열분리를 통해 회사를 정상화할 뜻을 밝혀왔다』며 별도 회사로 분리, 독립을 낙관하고 있다.

실제로 해태전자는 그동안 2천7백70억원의 종금사 여신을 3년 만기 전환사태(CB)로 출자하는 문제를 놓고 여러 차례에 걸쳐 종금사측과 협의를 벌여 반승낙을 받아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태전자의 한 관계자는 『최근에는 출자금액을 놓고 집중적인 협의를 벌인 결과 종금사들이 최소 1천1백억원 정도를 출자하기로 내부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제는 은행권의 결정만 남은 상태』라고 말했다.

사실 은행측은 종금사들과는 달리 충분한 담보를 확보한 상태여서 출자전환을 통한 계열분리보다는 제3자 매각을 통한 확실한 여신 회수를 바라고 있기 때문에 종금사들과 은행권의 의견일치가 선결돼야 한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은행들도 제과, 음료, 유통 등 해태그룹의 주력3사와는 달리 해태전자의 경우 당장 매각하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결국은 종금사들과 뜻을 함께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는 해태전자가 세계적인 브랜드인 셔우드를 앞세워 지난해 2억3천만달러 이상의 수출액를 기록한 데 이어 부도 이후에도 수출이 계속 호조를 보이고 있어 출자전환을 거쳐 분리, 독립시킨 후 회사경영이 정상화하면 그때 가서 매각을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다.

해태전자측은 『지금도 수출주문이 쇄도하고 있어 당좌거래가 재개되고 5백억원 정도의 운영자금만 확보되면 경영정상화는 시간문제』라고 강한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해태전자의 임직원들은 그룹의 비운을 안타까워하면서도 출자전환을 통해 회사가 분리, 독립되면 법인명을 인켈 또는 셔우드로 바꾸고 그동안 준비해온 신제품을 대거 앞세워 적극적인 시장공략을 통해 옛 명성을 되찾겠다는 다부진 포부를 안고 있다.

해태전자측의 이같은 판단이 원하는 대로 이뤄질지는 이제 채권금융기관의 최후 결정에 달려 있는 셈이다.

아무튼 관련업계에선 해태전자의 재기 여부에 따라 오디오산업의 명암이 크게 엇갈릴 것으로 예상하면서 지금의 시장상황에선 선도업체인 해태전자의 회생이 국내 오디오산업이 고사되는 것을 막는 유일한 대안으로 판단하고 있다.

<김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