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2k문제 연중 기획 7] "기둥" 흔들리면 "경제" 무너진다

컴퓨터 2000년(Y2k)문제 해결에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팔을 걷고 나섰다.불과 2-3개월 전만 해도 요지부동인 듯 하던 대기업들이 급박하게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선진국의 다국적기업들이 부산하게 움직이는 것과 달리 그동안 국내 기업들은 밀레니엄 버그퇴치에 거의 무관심한 태도를 보여왔다.컴퓨터시스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경영자들은 『왜 그런 일에 쓸데없이 돈을 낭비해』 또는 『어떻게 되겠지』 라는 자세로 일관했고 지난해부터불어닥친 국제통화기금(IMF)체제는 기업들의 Y2k문제 대응을 더욱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런 대기업들이 이제 밀레니엄 버그 퇴치를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이미 올상반기도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Y2k문제를 해결할 시간이 한층 촉박해 졌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그룹총수가 아예 계열사 사장들에게 Y2k문제 대응을 촉구하고 나서는가 하면 Y2k문제 대응방식도 각 계열사와 협력사를 포함해 범 그룹차원에서 추진하는 종합적인 형태로 발전됐다.그동안 국내 기업들의 Y2k 문제 대응이 개별기업 차원에서 그것도 전산실 실무자 차원에서단편적으로 진행돼 온 것과는 엄청난 변화이다.

우선 민영화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국가기간산업인 한국전력과 포항제철을 경우를 살펴보면 전국적으로 13대의 메인프레임과 1백72대의 워크스테이션,5백19종의 각종 데이터베이스(DB)로 구성된 방대한 정보시스템을 갖고있는 한전은 지난해 9월 계열 시스템통합(SI) 업체인 한전정보네트웍에 「컴퓨터 2000년문제 해결」사업을 용역의뢰하는 한편 자체의 정보통신본부 안에 이 사업을 주도적으로 끌고 나갈 「전산연도수정추진팀」을 구성하기도 했다.

한전은 최근 1단계 사업인 영향분석 작업을 완료한데 이어 본격적인 변환작업에 착수한 상태이다.한전은 이 변환작업을 내년 1월까지 완료하고 내년 상반기안에 통합테스트까지 마쳐 Y2k문제를 차질없이 해결한다는 목표를 달성해 가고 있다.

호스트 및 서버 90여대,PC 8천3백여대,ATM 광LAN 등 각종 통신장비 2백30여대에다 생산 및 관리부문의 프로그램만 10여만본에 이르는 국내 최대의 정보시스템을 갖고있는 포철은 최근 「캡제머나이」라는 Y2k문제 해결 툴을 도입함으로써 밀레니엄 버그 퇴치작업에 한층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포철의 Y2k 문제해결은 정보시스템 규모가 큰 만큼 복잡하고 어렵다.고쳐야 할 날짜데이터만 80만 항목에 이르는 가운데 DB만 해도 관계형DB,네트워크DB,계층형DB 등으로 다양하고 프로그램 개발에 사용된 언어도 코볼 포트란 PL/1에서 C C++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특히 이 시스템들은 수주에서 출하,일반관리까지 온라인으로 통합운영되고 있어 어느한 곳에서 문제가 생겨도 전 공정이 마비된다.

포철은 이에따라 계열 SI업체인 포스데이터를 중심으로 추진된 영향분석 작업을 거쳐 비용이 저렴한 경계값 방식을 기본으로 하고 4자리 확장방식을 병행하는 Y2k문제 해결방법을 채택했다.현재까지 약 전체의 30% 정도의 물량을 해결한 포철은 올연말까지는 하드웨어 업그레이드를 완료하는 등 내년 7월까지 모든 프로그램 수정을 마무리하고 8월부터는 시스템 안정화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5대그룹 중에서 Y2k문제 해결을 가장 강력하게 드라이브하기 시작한 그룹은 LG. 「Y2k문제 해결을 등한히 하는 계열사사장은 문책하겠다」는 구본무회장의 일성이 기폭제가 됐다.LG그룹은 이에따라 지난달말 그룹계열 최고경영자와 정보담당자를 대상으로 「Y2k문제 해결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하고 그동안 계열사별로 산발적으로 진행해온 Y2k대응을 그룹차원에서 종합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LG-EDS시스템은 이에따라 합작사인 미국 EDS사와 공동으로 정보시스템의 진단 및 방법론에 대한 검증작업을 벌이는 한편 「Y2k지원센터」를 별도로 설치,계열사의 컴퓨터 2000문제 해결을 우선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LG-EDS시스템은 1차로 산전,금속,건설,상사,유통,반도체,전자부품 등 7개 계열사의 Y2k 해결을 올해안에 완료하고 LG전자도 내년상반기 안에 문제를 해결할 방침이다.

이와함께 그룹내 백화점,홈쇼핑,슈퍼센터,할부금융,종합금융,스포츠,엔지니어링 등에 신시스템을 구축한데 이어 화재,석유,카드,패션 등에도 신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등 계열사 대부분이 올해안에 Y2k문제를 해결한다는 방침이다.

현대그룹은 계열 SI업체인 현대정보기술 사장직속에 「Y2k전담팀」을 구성하고 1천3백명의 지원인력 풀을 구축하는 한편 경기도 용인의 연구소안에 「Y2k솔루션센터」도 구축,종합적인 대응책마련에 나섰다.

현대정보기술이 추진하고 있는 Y2k 해결방법은 재개발과 변환.문제가 되는 프로그램 전체의 84%를 자체 및 외부인력을 활용해 재개발하고 16% 정도는 변환처리한다는 계획이다.이를위해 약 2백60억원을 투입,예산을 투입하는 한편 프린스소프트웨어의 포털(Portal)/2000 등 15개의 툴도 설치했다.

현대그룹은 최근 금강기획,금강개발 등의 Y2k문제를 해결한데 이어 현대전자,중공업,건설,해상화재,석유화학 등 대부분 계열사의 변환작업도 올 10월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삼성그룹도 그동안 진행해온 그룹내 Y2k문제를 차질없이 완성하기 위해 「Y2k지원팀」을삼성SDS의 사장직속 기구로 설치하고 그룹내 계열사의 Y2k문제 대응을 체계적으로 관리해나가기로 했다.

이미 삼성항공 등에서 성공적인 문제해결 경험을 갖고있는 삼성그룹은 올초 「Y2k솔루션센터」를 설치하고 자체 방법론도 개발하는 한편 주요 툴 업체와의 제휴도 맺고 본격적인 지원체계를 갖췄다. 삼성그룹은 그룹내 Y2k문제를 내년 상반기까지 완전히 해결할 계획이며 특히 이 경험을 기반으로 해외 Y2k사업에도 진출한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SK그룹이 Y2k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계열사의 문제현황 파악에 나섰던 지난해상반기이지만 하지만 본격적으로 Y2k문제 해결에 나선 것은 올초부터이다.SK그룹은 계열 SI업체인 SK컴퓨터통신내에 그룹전체의 Y2k문제 해결을 지원하기 위한 조직인 「SKY2000프로젝트팀」을 구성하는 한편 각 계열사에도 전담조직을 구성토록 하고 정보시스템은 SK컴퓨터통신이,비전산분야는 해당기업의 전담조직이 맡아 해결하도록 역할을 분담시켰다.

SK그룹은 특히 이번 Y2k문제 대응을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재정비하는 기회로 활용하기로하고 활용도가 낮거나 낡은 시스템의 폐기작업을 우선적으로 실시하는 한편 변환작업을 할 시스템에 대해서는 전문 툴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SK그룹은 대부분의 계열사에서 영향평가가 실시되고 있는 등 전체적으로 40% 정도의 문제해결 진척도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하고 늦어도 내년 상반기 안에는 모든 계열사의 Y2k문제 대응을 완료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