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사이버 캐릭터

국내에도 주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가상의 생명체 「사이버 캐릭터」 붐이 일고 있다. 애완용 동물에서부터 연예인,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각종 사이버 생명체들이 줄이어 탄생, 인터넷 등 가상의 공간은 물론 방송 등 실제 매체를 통해 맹활약하고 있다.

「다마고치」라는 일본의 휴대형 액정 게임기의 뒤를 이어 쏟아져 나오고 있는 PC용 사이버 애완동물들은 다마고치류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현실감을 준다. 실제 애완동물을 방불케 하는데다 별도의 비용없이 자유롭게 데려다 기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작년 말부터 선보이기 시작한 사이버 가수들은 음반을 취입하고 방송 및 광고 출연과 팬 관리 등에 이르기까지 실제 가수들처럼 활동한다. 가상과 실제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사이버세계는 현실세계로 깊숙이 파고들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사이버 캐릭터의 지나친 상업적 이용으로 인해 정보기술이 부정적으로 평가받는 것을 방지한다는 기치 아래 한 대학이 「비상업적」 캐릭터인 사이버 대학생까지 탄생시켰다.

간과해서 안될 것은 이들 사이버 캐릭터 뒤에는 어떤 개인이나 집단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 기술이 획기적으로 진보돼 사이버 캐릭터가 스스로 프로그래밍을 하거나 컴퓨터를 동작시키는 등의 창조적인 일을 할 수 있을 정도가 되기 전에는 모든 활동 하나하나에 인간의 손이 가야 한다. 당분간은 「가면을 쓴 사람」에 불과한 것이다.

요즘 사이버 캐릭터나 가상의 인물이 붐을 이루는 것은 이들이 갖는 「익명성」과 「대리만족」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익명성은 자칫 지나친 자유감으로 인해 실명으로는 엄두도 내지 못할 반사회적, 반도덕적인 일들을 별 고민없이 저지를 수 있는 유혹을 내포하고 있다. 문제는 사이버 공간에서 벌이는 일의 상당 부분이 현실세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진정한 사이버세계는 인간의 머리 속에만 존재할 뿐 어떤 형태로든 구현될 경우 그것은 바로 「현실세계」의 것이 된다는 걸 잊고들 있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