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기 및 통신기기 내수판매를 위해 필수적으로 받아야 하는 「전자파장해(EMI) 적합등록」 시험이 일부 사설 지정시험기관에 집중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8일 전파연구소가 집계한 EMI 적합등록 현황에 따르면 올 들어 4월말까지 EMI 적합등록은 총 2천82건으로 이 가운데 70.6%에 달하는 1천4백70건을 동안전자, 한국노이즈연구소, 두루통상, 에스테크, 해동EMC연구소 등 5대 사설 지정시험기관에서 관련시험을 실시한 것으로 집계됐다.
시험기관별로 보면 동안전자가 5백55건으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한국노이즈(2백39건), 해동EMC(2백34건), 에스테크(2백22건), 두루통상(2백20건) 등의 순이었으며 나머지 시험기관은 대부분 1백건을 크게 밑돌았다. 특히 IBM 등 외국기업 시험소나 삼성전관 등 대기업 시험소들은 단 한건도 시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전파연구소가 지정한 EMI 적합등록 시험을 담당하고 있는 지정시험기관은 14개 사설 전문시험기관을 비롯해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전자 등 대기업 및 중견기업,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생산기술연구원 등 정부출연 연구기관, IBM 등 외국기업 시험소를 포함해 30여개에 달한다.
EMI 적합등록 시험이 이처럼 5대 사설기관으로 집중된 것은 지난해 EMI검정제가 등록제도로 전환, 기존에 정부(전파연구소)에서 처리하던 등록업무가 상당 부분 민간기관으로 이관돼 전문성과 사설 시험기관의 역할이 높아지면서 서비스 질에 따라 시험기관간 양극화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환율급등과 IMF 경제위기를 계기로 수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국내 정보, 통신기기업체들이 수출을 확대하면서 내수판매를 위한 EMI 적합등록과 수출용 해외 규격인증이 자연스럽게 연계되는 경우가 많아 선발 전문시험기관을 선호하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다.
EMI 전문가들은 『경기침체로 EMI 적합등록을 신청하는 업체가 점차 감소하는 상황에서 선발업체간 과당경쟁에 따른 시험료 인하경쟁과 이로 인한 부실시험이 우려된다』며 『정부 차원의 지정시험기관에 대한 사후관리를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중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