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의 대반란" 여성 아티스트 대축제 "릴리스 페어" 열기 후끈

「릴리스 페어(Lilith pair)를 아십니까」.

작년 여름 북미지역 한 곳에서는 대규모 음악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사라 맥라클란」과 「에이미 레이」 「에밀리 세일러스」로 구성된 미국의 여성포크 듀오,캐나다 출신의 싱어송 라이터 「데이나 매닝」등 여성 아티스트들이 열정의 무대로 팬들을 사로 잡고 있었다. 이 음악축제에는 그러나 남성 아티스트들이라고는 혼성보컬로 구성된 밴드에 불과했다. 「여성 아티스트」들만의 축제로 명명된 「릴리스 페어」가 세상에 처음으로 선보인 것이다.

무려 7주간 계속된 이 행사에는 「에밀리 헤리스」 「세릴크루」등 유명 여성 아티스트들은 물론 신예 여성아티스트 70여명이 참가,팝계의 파란을 일으켰다. 처음으로 기획된 행사임에도 불구,35개 도시를 순회하는등 성황을 이뤘으며 이 축제기간에 열린 「롤라파루자」와 「H, O, R, D, E」등 음악축제를 압도하는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음악축제를 기획한 이는 최근 「AiDa」로 주가를 한껏 올리고 있는 사라 맥라클란. 그녀는 작년에 「Surfacing」이란 앨범을 발표,일약 팝계의 유명인사로 떠올랐으며 올초 그래미상 시상식에서는 「여성 팝보컬」부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녀가 여성아티스트들만의 축제인 「릴리스 페어」를 기획한 데는 여러 설이 분분하지만 축제에서 내건 「소외된 절반의 대반란」이란 캐치플레이즈가 말해주듯 여성아티스트가 결코 남성 아티스트들의 「보조도구」가 아님을 그들의 「역량」으로 보여주기 위한 시도였다는 게 정설이다. 실제로 이 축제에 참여한 여성아티스트들의 면면을 보면 실력있는 여성 아티스트들은 거의 망라돼 있다.

축제 이름의 「릴리스」는 유태인들 사이에서 전해오는 전설의 인물로 인류의 원조인 아담의 조강지처의 이름이라고 한다. 그녀는 아담의 가부장주의를 거부하다 에덴동산에서 겨났고 이브가 그녀의 자리를 차지하자 복수심을 불태운다. 그래서 「릴리스」는 페미니스트의 대표적인 인물로 꼽히고 있다.

지난 69년과 94년에 각각 열렸던 로커들의 축제인 「우드스톡」을 연상케 하는 「릴리스페어」의 올해의 행사는 이달 19일 시애틀에서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작년과는 달리 올해에는 포크/록 아티스트 뿐만 아니라 리듬 앤 브루스와 랩 아티스트들도 대거 참가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팝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리듬 앤 브루스의 「에리카 바두」와 「미시 엘리어트」,「보니 레이트」 「나탈리 머천트」등이 참가키로 한 것으로 전해져 장르를 초월한 명실공한 여성음악인의 축제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중요한 대목은 흥행여부와 당초의 취지를 그대로 살릴 수 있느냐의 여부. 행사주관사측은 첫해의 행사보다 내용과 질, 규모면에서 크게 확대돼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을 것으로 굳게 믿고 있다. 행사의 주역인 사라 맥라클란도 올해와 내년의 행사를 치른 후 음악인들로부터 평가를 받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이 행사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고 평하고 있다. 흥행을 위해 남성아티스트들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올해로 2회째를 맞는 「릴리스 페어」가 「우드스톡」과 함께 명실공히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음악축제가 될지에 팝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한국 BMG는 최근 작년 제1회 「릴리스 페어」 실황을 담은 앨범을 출반했다. 이 실황 앨범에는 「사라 맥라클란」과 「숀 콜빈」 「폴라 콜」의 노래와 티벳 출신의 「융 챈 라모」의 신보가 담겨있다.

<모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