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방송] 美 디지털TV "재전송" 논란

올가을부터 방송을 시작할 미국 케이블TV의 디지털TV프로그램 의무 재전송(Must-carry)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케이블TV업계는 의무 재전송에 대해 극렬히 반대하고 있으나 지상파방송사들은 이 규정을 준수해야 할 것이라고 맞받아치고 있어 양측간 설전이 오가고 있다.

앞으로 본격 선보일 디지털TV프로그램의 편성이 대단히 복잡해 디지털프로그램 재전송은 케이블TV사업자들로서는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네트워크방송사가 하루중 어느 시간대에는 한 채널의 고화질 프로그램을 전송하고 다른 시간대에는 여러개의 저해상도 프로그램을 전송하거나 디지털데이터, 웹서비스 등 다른 것도 전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케이블TV시스템에서는 한개의 채널이 전송되는 동안은 한개의 채널만 비워주면 되지만 여러개의 채널이 전송될 때에는 동시에 여러개의 채널을 내줘야 한다. 하루종일 필요한 채널 수가 들쭉날쭉한 것이다.

따라서 케이블TV사업자들이 하루종일 프로그램 편성을 바꾼다든지 아니면 일부 채널을 하루중 단지 몇시간만 사용하기 위해 비워둬야 하기 때문에 논란이 빚어지고 것이다.

케이블TV업계는 우선 비싼 디지털수상기를 사는 사람이 아주 적고, 네트워크회사들이 1주일에 겨우 몇시간만 고화질의 디지털프로그램을 내보내는데다 디지털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재전송할 경우 현재 인기있는 기존 채널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실현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최대의 케이블TV회사인 TCI의 레오 힌더리 회장은 『만약 케이블TV회사에 디지털 신호를 전송하기 위한 공간을 만들어 내라고 강요한다면 「어떤 서비스를 포기해야 하는가, 이것은 우리에게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라고 반문, 의무 재전송에 어려움이 많다고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지상파방송사들은 미국 TV 보유 가정의 3분의 2가 케이블TV에 가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케이블TV사업자들이 의무 재전송규정을 준수치 않을 경우 디지털TV 계획 자체가 실패로 끝나게 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NBC측의 한 관계자는 『신속하고 성공적인 디지털TV로의 이행을 위해서는 케이블TV가입자들이 디지털TV 신호를 쉽게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TV수상기 판매업자들은 지상파방송사들과 동조하는 분위기다. 맥컬로서킷시티스토어사 사장은 『케이블TV업계의 참여 없이는 정부가 작성한 이행시간표는 휴지조각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며 케이블TV업계의 위무 재전송규정 준수를 촉구하고 나섰다.

그는 이어 『미국 가정의 50% 이상이 오는 99년 11월까지 적어도 3개의 디지털TV 신호를 수신할 수 있어야 하는 연방정부의 규칙에 의거해 지상파방송사들이 디지털 신호로 방송하더라도 막상 케이블로 전송되지 않는다면 실제 시청가구수는 15%에 불과하다』고 강조, 케이블TV업계의 의무 재전송규정 준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정부도 이를 대단히 중요한 문제라고 인식, 해결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1년전 미연방통신위원회(FCC)는 미국내 모든 방송국에 디지털 방송을 위한 제 2채널을 할당했고 방송국들의 실험이 끝난 뒤 이 채널중 하나를 반납시켜 경매키로 했었다. 경매로 벌어들일 약 2백억달러를 재정적자를 메우는데 사용키로 한 정부로서도 이를 조기에 이행시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현재 케이블TV회사들은 법에 따라 방송프로그램을 재전송하고 있으나 「디지털프로그램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명확하게 규정한 법은 아직 없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FCC는 올해말께 이에 대한 규칙을 제정할 예정이어서 법제정을 앞두고 양측간의 이해관계를 둘러싼 논쟁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FCC는 지상파방송사들과 케이블TV업계에 대해 법제정에 앞서 양측이 자체적으로 이해관계를 조정해 줄 것을 내심 기대하고 있으나 양측간 갈등의 골이 워낙 깊어 합의도출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자료제공=동향과 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