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과연 가전사업을 포기할 것인가.
최근 삼성전자가 냉장고, 세탁기 등 백색가전사업부문을 미 GE(제너럴 일렉트릭)에 매각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면서 삼성전자의 가전사업부문에 대해 업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삼성전자가 이같은 사실 자체를 전면부인하고 실현가능성 또한 의문이 있지만 삼성전자와 GE 양사를 둘러싼 국내외 환경은 이같은 소문이 전혀 근거없는 것은 아닐 것이라는 것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어 삼성전자측을 더욱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가 백색가전사업을 GE에 매각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우선 삼성전자 내부에서 찾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올 초부터 추진하고 있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작업의 일환으로 한계사업을 정리해왔으며 실제 정리사업 대부분이 가전사업이었던 것. 이것은 곧 한계사업이 가전사업이라는 등식으로 굳어졌으며 이로인해 한때 대기업들의 구조조정의 핵심으로 떠올랐던 재벌간 빅딜에 있어서도 삼성전자의 가전사업부문이 단골메뉴로 등장하기도 했다.
여기에 최근 정부의 강력한 요구로 기업들이 핵심사업의 매각 등을 통해 외자유치에 발벗고 나서고 있는 것도 삼성전자의 가전사업매각 이유에 충분한 근거를 제고해 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미국시장에서 유일하게 백색가전사업을 벌이고 있는 GE도 지난 2월 잭 웰치 회장이 아시아 지역에 대한 투자가 지금이 적기이고 특히 한국이 가장 유망한 지역이라고 강조해왔으며 실제 이를 실행키 위한 작업을 준비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업계 관계자들은 GE가 삼성전자 가전사업부문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었으며 만일 양사간 매각에 대한 협상이 있었다고 한다면 GE 쪽에서 먼저 제안했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진단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지난 5월 삼성그룹 산하 전자 관련 계열사 사장단으로 구성된 「삼성 산업자본 유치단」이 GE를 방문, 양사간 협력을 확대키로 공식발표하면서 삼성전자와 GE간 움직임은 초점의 대상이 돼왔다. 또 최근 GE의 실무진들이 최근 삼성전자 가전제품생산 공장에 대한 생산능력, 제품품질 등에 대한 실사작업에 들어갔으며 GE의 아시아, 태평양지역 사장이 삼성전자를 방문할 것으로 확인되면서 삼성전자가 가전사업부문을 GE에 매각한다는 소문은 소문이 아닌 사실처럼 비춰지고 있는게 사실이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종합전자업체를 지양하면서 가장 기반이 되는 백색가전사업부문을 포기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GE와의 협력관계를 모색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협력관계의 내용은 삼성전자가 생산한 가전제품을 GE에 공급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매각소문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GE 관계자들이 방문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은 제품공급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공급업체의 능력을 사전에 파악하기 위한 의례적인 절차에 불과할 뿐 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결국 삼성전자가 백색가전사업을 GE에 매각키로 했다는 소문은 삼성전자가 강력한 수출드라이브 전략을 추진키 위해 그동안 중단해온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을 재개하면서 GE로의 수출물량을 확대해 가기 위한 과정에서 여러가지 주위환경과 맞물려 잘못 해석된데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소문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는 것은 그동안 삼성전자가 반도체 및 정보통신부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전사업에 대한 의욕이 거의 외부에 보여지지 않은데서 비롯됐다고 한다면 당분간 삼성전자 가전사업부문을 둘러싼 여러가지 소문이 계속적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는게 업계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양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