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금융지원 이후 지난 5월말까지 6개월간 우리나라 산업이 대부분 심각한 내수부진으로 가동률이 격감했으며 환율 평가절하에 따른 수출도 기대에 못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가전은 극심한 불황을 겪은 반면 정보통신과 반도체는 수출이 타업종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으로 평가됐다.
10일 삼성경제연구원이 발표한 「IMF체제 6개월간의 경제상황과 국별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IMF체제가 시작된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5월까지 6개월간 내수는 전년 동기대비 산업별로 10∼50% 감소했으며 특히 가전산업의 경우 소비심리 위축에다 구매력 저하로 내수가 23.5%나 줄어 가동률도 64%로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부분의 업체들이 내수격감으로 수출에 의존해 버티고 있으나 동남아 사태로 인해 수출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는 데다 업체간 가격경쟁과 바이어의 단가인하 요구 등으로 수출단가마저도 큰 폭으로 하락해 가전제품의 경우 IMF 이전보다 38.5%나 떨어졌으며 철강, 자동차 등은 각각 14%, 12% 정도 하락했다.
또 한달 평균 2천9백80개사(96년 9백66개, 97년 1천4백31개)가 부도로 문을 닫으면서 이로 인한 산업네트워크의 단절에 의한 산업기반 붕괴도 우려되고 있고 설비투자도 전년 동기에 비해 30∼50% 감소하는 등 크게 위축돼 있는 상황이다.
가전산업의 경우 TV, 세탁기, 냉장고 등 주요 제품의 판매가 IMF사태 이후 5개월간 전년대비 53∼40%나 감소했는데 영상제품의 경우 45%, 음향 및 전기제품의 경우 17% 정도 판매가 줄어들었으며 특히 수입컬러TV, 냉장고, VTR 등은 60∼75%나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출은 전년동기대비 물량이 1.4% 증가했으나 수출단가의 하락 등의 영향으로 금액으로 24억5천달러에 그쳐 전년동기대비 14.1%가 감소했다. 영상기기와 음향기기 등 AV분야는 각각 32.2%, 19.9%씩 줄었고 컬러TV는 대러시아 및 일본수출이 각각 44%, 59% 감소했으며 백색가전제품 중에는 세탁기와 전자레인지가 가장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아시아, 동구가 43% 감소했으며, 북미지역이 유일하게 증가했다. 특히 최근의 엔화약세가 가전 수출에 커다란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됐는데 엔-달러 환율이 1% 상승할 경우 가전제품 수출은 1.1% 감소하는 것으로 전망됐다.
반도체의 경우 수출물량이 증가하는 데 비해 급격한 수출단가 하락으로 수출확대에 애로를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16MD램은 올 초 가격반등으로 수출이 증가하다 4월 이후 가격이 떨어지면서 감소세로 돌아섰고 특히 5월 이후 공급과잉 현상이 더욱 심해지면서 가격하락이 가속화돼 64M도 8달러(97년 11월말 30달러) 이하로 떨어지고 있다. 특히 국내 업계는 반도체 가격하락과 환율상승으로 차입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미국 및 EU업계의 반덤핑 제소에 직면해 있어 자칫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다.
현재 국내 업계의 설비투자는 전년의 3분의 1 수준인 15억달러로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국내업계는 사업부진 타개와 투자재원 조달을 위한 자구책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보통신부문도 내수판매와 수출부진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내수의존도가 높은 PC 판매부진으로 정보기기 내수는 37% 정도 줄어들었고 중견 PC업체들의 잇따른 도산으로 내수시장은 4, 5개의 국내 대기업과 외국기업 위주로 재편돼가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조사됐다. PC수출은 확대되고 있으나 단가하락으로 전체 금액은 9% 정도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반해 CDMA 단말기를 위주로한 무선통신기기 수출은 이 기간동안 43%나 신장했으며 당초 부진할 것으로 예상됐던 PCS 등의 내수도 꾸준히 증가해 PCS와 셀룰러 업체들은 올들어서만 2백50만명에 이르는 추가가입자를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무선을 제외한 정보통신부분의 어려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며, 특히 내수중심형 사업인 PC, 유선통신기기 등은 상당기간 부진이 계속될 것으로 삼성경제연구소는 전망했다.
한편 이 보고서는 우리경제가 일단 외환위기는 벗어났으나 정상화는 지연되고 있으며, 외환유동성에 아직까지 불안요인이 잔존하고 있다고 밝히고 IMF 금융지원을 받은 멕시코, 태국, 인도네시아, 한국 등 4개국 중 지원 이후 6개월간 우리나라의 경제성적은 세번째에 그친 것으로 평가했다.
<구근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