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정보통신업계, 수출 "비상"

엔화약세가 당초 예상보다 큰 폭으로 빠르게 진행되면서 국내 전자, 정보통신 관련업계의 수출전선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엔, 달러환율은 8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7년 만에 처음으로 1백40엔대를 돌파한 데 이어 9일(오전 9시 현재)에도 1백41.021엔으로 전날에 비해 달러당 0.48엔이 오르는 등 하락세가 지속되자 전자, 정보통신업계는 엔화약세가 수출경쟁력 약화는 물론 금리상승과 물가불안의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전자, 정보통신업계는 미국과 일본이 당분간 엔, 달러 환율안정을 위해 개입할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엔화가 단기적으로 1백40엔대를 지속하다 올 연말께에는 1백50엔대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수출에 미칠 영향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엔화약세의 영향이 오는 8월 이후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고 수출단가 조정에 관한 회의를 갖는가 하면 해외지사에 바이어들의 동향을 주목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전자, 정보통신업계 관계자들은 『수출업체들이 대부분 지난번 원화환율 인상시 바이어들의 요구로 수출단가를 낮췄기 때문에 이번 엔화약세로 인해 수출단가를 더 떨어뜨릴 수 없다』며 『이제 바이어들의 처분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엔, 달러 환율이 1백40엔 수준을 1년간 지속할 경우 우리나라의 수출은 가격경쟁력 약화로 앞으로 1년간 19억달러가 감소하고 수입은 수입단가 하락으로 약 4억달러 감소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수출은 국제시장에서 일본과 경합도가 높은 전기전자, 자동차 등의 가격경쟁력 약화가 예상된다. 특히 컬러TV와 VCR는 엔, 달러 환율이 1백50엔 수준이 되면 유럽지역에서는 우리나라 제품과 일본제품과의 가격차이가 거의 없어지게 되며 북미지역에서는 한국산이 미세한 가격경쟁력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및 컴퓨터의 경우 일본 원부자재 수입이 많아 당장 엔화약세로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엔화약세가 장기화되면 수출에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컴퓨터업종은 CD롬의 경우 우리나라 제품과 일본제품과의 가격차이가 없어져 수출감소가 우려된다.

수입의 경우 대일의존도가 30∼40%에 달하는 기계, 철강, 화공품 등 주요 소재부품 및 자본재 수입이 즐어 들 것으로 예측됐다.

한편 이 같은 엔화약세가 지속될 경우 중국에 대한 위안화의 평가절하 압력으로 작용, 중국이 이를 단행할 경우 아시아지역이 다시 외환위기 소용돌이에 밀려드는 것은 물론 세계경제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있다.

<구근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