黃性博 대아리드선 대표이사
우리가 국제통화기금(IMF)의 경제신탁통치를 벗어날 수 있는 탈출구는 철저한 전문화다.
전문화는 연구개발 분야에서부터 제품판매, 서비스, 최고경영자에 이르기까지 기업의 모든 분야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전문화는 기업경쟁력은 물론 국가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화의 첫 걸음은 한 우물을 파야 한다는 것이다. 멀티미디어 사회에서 품종다양화는 신속성과 과감성을 갖추기 어려워 발빠른 대응이 불가능한 약점을 지니고 있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종합건설, 종합상사, 종합금융, 종합화학 등 「종합」이라는 이름은 기업의 힘을 대표하는 단어로 자리잡았다.
이는 불황기에도 몇몇 부문은 좋은 실적을 유지해 어려움을 겪은 부문의 매출감소액을 상쇄시켜 전체적인 매출하락을 최소한으로 줄여 총체적인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낮은 가격이나 다양한 품목을 무기로 한 「종합」이라는 것이 이점을 발휘했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종합」이라는 이름은 그 자체가 백화점식 나열을 나타내고 있어 전문성과 신속성(Speed)을 요구하는 글로벌시대에는 부적합한 측면을 지니고 있다.
「종합」은 다른 방향에서 생각하면 전문성이 없다는 것이다.
전문화를 위한 두번째 길은 품질관리다.
일본의 60,70년대 고속성장은 기업별로 전사적 품질관리(TQM)운동과 범국가적으로 중소기업 육성을 기본으로 한 전문화와 신속성을 배양시켰다는 배경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같은 과정을 통해 일본은 오늘날 세계적인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90년대 들어 미국은 일본 수준의 고품질을 갖춘 제품을 고객의 요구와 일치시키는 품질개선을 이루어 번영을 구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 사회에는 품질관리에 대해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우리는 그럴 틈이 없다」 「지금과 같은 비상시에 품질관리에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다」는 생각을 하지만 80년대 고전했던 미국 기업이 경쟁력을 다시 확보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이 TQM운동에 매진했다기 때문이라는 것을 볼 때 우리는 그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셋째는 독창성이다. 전문화와 독창성은 언뜻 보기에는 상반되는 주제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독창성이 없으면 전문화는 소원해질 것이다.
인텔이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CPU) 기술만으로도 전세계 전자업계에서 최고의 이익을 내는 것은 전문화를 통해 확보한 독자적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 표준기술의 중심에 서 있기 때문이다.
이 사례는 독창성, 집중화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그저 한 가지 품목만을 만들어낸다고 해서 전문화를 이뤘다고 할 수는 없다.
과감한 자기혁신을 통해 동종업계와의 전략적 제휴나 독자적인 연구능력 개발, 기업간 인수, 합병(M&A) 등 과거에는 꺼렸던 문제를 받아들임으로써 전문화를 이뤄야 하며 이러한 토양을 바탕으로 경쟁력 강화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 전반을 덮고 있는 거품을 빼고 뼈를 깎는 고통과 인내로 불황을 극복하며 이를 바탕으로 더욱 전문화한다면 21세기 글로벌 경쟁시대에서 우위를 선점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앞으로 3년 후 다가올 21세기에 우리가 어떠한 모습으로 탈바꿈하느냐는 지금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