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구조조정

미국 최대의 통신업체인 AT&T가 연방법원의 그린 판사로부터 독점금지법 위반 유죄판결을 받은 지 벌써 30여년이 지났다. 특정회사가 미국 전역의 통신사업을 독점하게 되면 자유로운 시장경쟁질서를 붕괴시킬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지역별로 시내전화회사가 분리독립했고 크고 작은 국제전화 및 시외전화업체가 탄생했다. 다양한 정보통신서비스가 보급되는 계기를 마련한 것은 물론이다.

오늘날 시내전화사업자인 벨애틀랜틱의 경우 통신서비스사업의 경쟁력 면에서는 이 분야의 초일류 기업임은 자타가 공인하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영국의 브리티시텔레컴(BT)이나 프랑스텔레콤, 일본 NTT 등 내로라하는 굴지의 동종업체들조차 벨애틀랜틱의 1인당 생산성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전체 직원의 30∼40%를 감원해야 할 정도다. 벨애틀랜틱의 경쟁력은 치열한 서비스 경쟁 속에서 오랫동안 살아남기 위한 노력의 결과다.

정보산업 분야에서 세계 최대기업인 IBM이 쇠락의 길로 접어든 시기는 80년대에 들면서부터다. 이 시기에 이른바 다운사이징 바람을 타고 IBM 등 숱한 대형컴퓨터 업체들이 대규모 인력감축과 사업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여기서 발생한 명퇴자들이 실리콘밸리로 대거 몰려들면서 오늘날 미국의 국가경쟁력을 강화시키는 벤처기업을 양산하게 되는 돌파구를 마련한 셈이다.

국내에서도 최근 들어 IMF 한파 속에서 기업들마다 인원감축과 사업구조조정 작업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잘 나가는 사업부문을 외국 기업에 매각하거나 비대해진 조직을 분사형태로 슬림화하는 등 구조조정의 형태도 각양각색이다. 더욱이 대기업들이 하반기에 인력감원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돼 회사나 조직원 모두 뒤숭숭한 모습이다. 여기서 발생한 유휴인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방도를 찾지 못해 답답한 심정뿐이다. 사회 전반적인 시스템의 불안정이나 정책부재를 탓한들 해결의 묘책도 없다. 정보산업 분야가 현재의 난국을 극복하는 리딩산업으로 기여할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