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위성방송, 디지털 지상파TV등의 도입을 계기로 국내 방송 환경이 다매체 다채널 시대로 급속하게 전환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이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종합적인 매체정책이 수립되지 않고 있어 방송산업이 표류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내년 하반기 발사 예정인 무궁화 3호위성과 2001년부터 상용 서비스에 들어가는 디지털 지상파 방송의 실시를 계기로 국내에 다매체 다채널 환경이 본격 조성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국내에선 급변하는 방송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매체정책이 부재한 상황이어서 방송산업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되고 있다.
우선 향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용채널을 매체 정책을 통해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그 결과 현재 불법 수신되고 있는 외국의 위성방송까지 포함해 국내에서 수신할 수 있는 방송용 채널이 사실상 포화상태에 달하게 되는데 따른 대응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심각한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한국통신은 내년 8월 발사되는 무궁화 3호위성의 경우 통신용 중계기의 절반인 12개 중계기를 DTH(Direct To Home) 위성방송용으로 전환해 사용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 경우 통신용 중계기당 대략 10개 채널씩 총 1백20개 정도의 가용 채널이 생기며 방송용 중계기 6개를 포함하면 총 1백68개 정도의 위성방송 채널이 확보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게다가 루퍼트 머독과 합작으로 위성방송 사업을 준비중인 DSM이 사업 초기에 오라이온 통신위성을 이용해 50개 채널을 운용하고 향후 80개 정도까지 채널을 늘릴 계획이어서 한국통신의 무궁화 위성 채널까지 합하면 무려 2백50여개의 위성방송용 가용 채널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위성방송용 채널에 이미 서비스중인 케이블TV 30개 채널(지역채널 포함)과 지역민방등의 채널을 합하면 국내의 가용 채널수는 2백80여개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2001년부터 디지털 지상파 방송이 본격화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기존의 아널로그 채널을 디지털로 전환할 경우 통상 4∼6개 정도의 디지털 지상파TV채널을 수용할 수 있기 때문에 2천년 초입에 들어서면 지상파와 위성을 포함해 국내의 가용채널수가 엄청나게 불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들 채널에 프로그램을 공급할 수 있는 PP(프로그램공급사)들과 독립프로덕션이 제대로 육성되지 않고 있고 기존 지상파TV 3사 위주의 독점적인 시장구조가 개선되지 않는한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가용 채널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는게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와 관련,업계 전문가들 사이에는 국내에 어느 정도의 채널과 방송사업자가 적정한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방송광고 시장, 프로그램 공급능력, 시청자들의 수용태세등을 감안해 적정 채널수와 방송사업자를 허가하는 정책적인 판단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있다.
이와함께 전체 가용 채널 가운데 어느 정도를 고화질의 디지털HDTV 채널로 허가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신중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향후 몇년동안 국내 방송환경이 급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통합방송법의 통과 지연으로 국내 방송 정책을 총괄할 정부 부처와 통합방송위원회의 위상이 분명하게 정립되지 않고 있는 상태여서 방송정책이 표류하고 있다는 지적의 소리가 높다. 따라서 현재로선 통합방송법이 빨리 통과돼 새로 출범하는 통합방송위원회와 정부 부처가 유기적으로 협조체제를 구축,종합적인 매체정책을 수립하는게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장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