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로 인해 많은 것을 느꼈지만 특히 부품업체들을 동반자로 인정하지 않고 지원은 커녕 최소한의 물량조차도 야박하게 끊어버려 더욱 절체절명의 위기로 내모는 국내 세트업체의 냉정함에는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습니다.』
77년 설립되어 저항기전문업체로 20여년동안 건실한 성장을 해오다 지난해 10월 부도를 냈으나 최근 법원이 화의신청을 받아 들이면서 재기에 시동을 걸고 있는 삼덕전자의 윤병완 사장은 부도를 겪으면서 세트업체의 비정함을 피부로 느꼈다며 말문을 열었다.
『외국 세트업체의 경우 거래 부품업체가 부도가 났다 하더라도 재기의 가능성이 있으면 꾸준히 물량을 주문하고 결제조건도 부품업체가 유리한 방법으로 바꾸는 등 각종 지원을 펼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국내 세트업체들은 지원 하나없이 20년동안 거래해온 업체를 무우 자르듯이 관계를 단절함으로써 회사재기에 대한 고민보다는 세트업체에 대한 배신감 때문에 밤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윤사장은 토로했다.
부도전 전체물량의 70%가량을 1개 세트업체에 집중해온 삼덕전자는 이번 부도에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물량 공급선이 편중되어 하나의 세트업체에 의해 회사의 운명이 좌지우지 당하는 우를 다시는 범하지 않을 것이라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세트업체의 물량이 한꺼번에 썰물 빠지듯 빠져나간 초창기에는 엄청난 시련을 겪었으나 모든 임직원이 필사적으로 회사살리기에 나선 결과 이 회사는 현재는 부도전 물량의 절반까지 끌어올렸으며 납품처도 다변화하는 데 성공했다.
윤사장은 『특히 세트업체와는 달리 삼덕전자가 재기할 것으로 믿고 지속적으로 원자재를 공급해준 협력업체와 회사를 살리기 위해 스스로 회사를 그만둔 퇴직자들에게는 뭐라 말할 수 없는 한없는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한다.
이러한 각계의 지원과 화의결정으로 힘을 얻고 있는 삼덕전자는 현재 3억원인 자본금을 하반기에는 10억원으로 증자,이 자금을 설비자동화와 라인개선에 투자해 품질과 생산성을 향상시킴으로써 저항기업계에서 다섯 손가락안에 꼽히던 옛날의 지위를 되찾을 계획이다.
『그동안 탄소피막, 금속피막, 산화금속피막저항기에 편중되었던 아이템을 칩저항기, 시멘트, 메탈그레이즈등 고부가 특수아이템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면서 『현재 일본 미쓰비시전기와 저항기 수출협상을 진행중인데 이 협상이 결실을 맺으면 경영정상화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윤사장은 재기 의욕을 내비쳤다.
<권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