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실리콘밸리] 현지 진출업체 책임자 인터뷰.. 세롬기술

세롬기술 안현덕 실장

새롬기술은 실리콘밸리에 진출한 벤처기업중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 회사는 한국과학기술원 전산학과 출신 4명의 젊은이가 작은 오피스텔에 간판을 내건 93년 이후 국내시장에 잇따라 히트작 소프트웨어를 발표하면서 성장을 거듭해 왔다.

간단한 마우스 조작만으로 PC에서 팩스를 송수신할 수 있는 국내 최초의 윈도용 팩스 프로그램 「팩스맨」, 일반 전화의 자동응답기 기능을 PC에 옮겨놓은 「보이스맨」, PC통신용 에뮬레이터인 「데이터맨 프로」, 전자칠판에 그림을 그려가며 통화하는 첨단 통신 소프트웨어 「텔레맨」 등이 모두 새롬기술이 내놓은 베스트셀러들.

국내에서의 화려한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미국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96년 7월 실리콘밸리에 지사를 설립한 새롬기술은 현재 산타클라라에 엔지니어 7명을 포함 10명의 직원을 파견하고 있다.

현지책임자인 안현덕 실장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으로 건너와 미시간 주립대에서 이미지 프로세싱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인재다. 그는 LG전자 새너제이 지사를 거쳐 새롬기술이 미국에 진출한 96년부터 실무를 도맡아 왔다.

『중소기업이든 대기업이든 차별 없이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곳이 여기입니다. 연락사무소 형태로 혼자 나와 있다가 지금은 조원규 부장을 비롯한 개발진이 합류해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안실장의 표정에서는 이미 신생업체로서의 고비를 넘기고 시드 스테이지(Seed Stage)에 올라선 새롬기술의 현주소를 읽을 수 있다.

이 회사는 이미 비디오를 녹화해서 E메일로 보내주는 「픽 메일(Pic Mail)」을 비롯해 「텔레맨」 등 영상회의 관련 소프트웨어를 지난달 R사와 S사 등 두 군데 제조업체에 번들로 수출하기로 합의하고 계약만 남겨 놓은 상태다. 영상회의 소프트웨어는 앞으로 시장이 활성화되면 자연스럽게 수출물량이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기 때문에 서둘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다. 현재 새롬기술이 주력하는 아이템은 영상회의 쪽보다는 내년 초에 상품화될 인터넷 폰 게이트웨이 H.323이다.

『인터넷폰은 1∼2년 내에 시장이 급격히 팽창할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입니다. 현재 보컬텍과 인터텔 등이 인터넷폰 시장의 강자지만 새롬기술의 경우 전세계에 몇 안되는 프로토콜 자체 개발업체이기 때문에 이같은 기술력에 비즈니스 플랜이 뒷받침될 경우 현지 벤처 캐피털리스트들을 충분히 설득할 수 있다고 봅니다』

실제로 이 회사는 「알티 서브(Alti-Serv)」로 PC베이스 PBX의 선두주자가 된 알티젠 커뮤니케이션즈와 합작회사를 설립하고 H.323을 알티서브에 통합시켜 오는 7월경 벤처자금을 유치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새롬기술에게는 퍼스트 라운드 진입을 눈앞에 둔 지금이 어쩌면 가장 중요한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어려운 관문을 뚫고 실리콘밸리에 뿌리를 내린 이 업체를 통해 한국벤처의 나스닥 상장 가능성까지도 조심스럽게 엿볼 수 있었다.

<이선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