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글 긴생각] 통신산업 개혁방안

IMF체제를 맞아 구조조정과 개방화는 경제위기 극복의 핵심과제가 되고 있다.

원활한 구조조정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자유로운 시장여건을 조성해 외국인의 투자를 유도함으로써 경제회생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공동의 인식을 갖고 있다.

특히 통신산업은 이러한 구조조정과 외자유치가 다른 산업에 비해 시급하다. 통신산업은 지식, 정보화의 진전에 따라 생산파급효과와 부가가치 창출에서 중추산업으로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산업과 함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규제산업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통신산업에는 경제력 집중 방지와 공공성 확보를 명분으로 해 다수의 불필요한 규제가 존재했으며, 이는 곧바로 산업 내 비효율성을 야기했다.

특히 소유, 경영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는 원활한 구조조정에 장애가 됐으며, 기업의 자율성과 효율성을 저하시켜 경쟁촉진을 가로막아왔던 것이 사실이다.

또한 개방화, 민영화로 대변되는 통신산업의 세계적 추세 역시 통신산업정책의 혁신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 통신산업, 특히 기간통신산업의 소유, 지배구조에 대한 규제철폐는 통신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산업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논의돼야 할 사항이다. 통신산업 규제철폐의 바람직한 방향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첫째, 사업자의 진입과 퇴출이 자유롭게 이루어져 강한 기업만이 살아남는 경쟁원리가 정착돼야 한다. 공정경쟁을 저해하는 경우가 아니면 기존 사업자에 대한 인수, 합병을 전면적으로 허용해야 할 것이다.

둘째, 종합통신서비스 체제를 구축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정보통신기술의 진전과 함께 유선과 무선,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 이루어지고 있어 이에 대한 탄력적인 대응이 시급하다.

셋째, 지분제한 규제를 철폐해 책임경영을 실현하고 비상임이사제의 보완을 통해 대주주의 적극적인 경영참여와 효과적인 경영감시체제를 확립해야 할 것이다.

넷째, 외자유치와 선진기업의 경영 노하우 도입 촉진을 위해 세계무역기구(WTO) 기본통신협상안의 최종양허안을 충실히 이행해야 할 것이다. 단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의 문제가 야기되지 않도록 내국인 관련 규제들의 폐지 또는 대폭적인 완화가 수반돼야 할 것이다.

이러한 개혁방향과 관련해 최근 정보통신부가 발표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기대를 갖게 한다.

기간통신사업의 동일인 지분제한 철폐, 외국인 투자지분 확대, 비기간통신사업자의 기간통신사업 인수, 합병 허용, 전국 전화사업자의 주주협의회제도 폐지 등 대대적인 규제완화의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처럼 개혁적인 내용에도 불구하고 일부 불필요한 조항이 있어 아쉬움을 갖게 한다. 예컨대 복수의 기간통신사업자 지분소유에 대한 규제조항이 그것이다.

기간통신사업자 및 관계자가 다른 기간통신사업자의 일정 지분 이상을 소유할 때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하고 이에 대한 주식처분명령권과 주권행사중지명령권을 단서조항으로 삽입하고 있는데 이는 원활한 구조조정을 저해하고 외국인투자가에게는 또다른 규제로 인식돼 외자유치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불공정 거래 감시와 소비자보호 문제는 통신위원회의 조사, 처벌권을 강화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을 것이며,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독점적 행위 규제는 공정거래법이라는 포괄적 규제로 충분하다.

공정한 경쟁 속에서 최상의 기업형태를 기업 스스로가 선택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가는 것이 통신개혁의 핵심이다. 두 발을 묶었던 밧줄을 풀어 두 손을 묶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전석호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