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맞수] "MS-선" 정보가전시장 주도권 치열한 경합

소프트웨어 업계의 두 거인 MS사와 선 마이크로시스템즈가 정보가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정보가전은 21세기를 앞두고 가장 떠오르는 시장 중 하나다. 시장전문가들이 오는 2001년까지 1백30% 이상의 가파른 성장세를 예상했는가 하면 시장조사기관인 IDC는 98년을 「웹 기반 정보가전의 해」로 선언했을 정도.

이같은 미래의 황금어장을 겨냥해 MS와 선은 이미 「윈도CE」와 「퍼스널 자바」라는 낚시대를 물밑으로 드리웠다. 선제공격을 한 것은 MS사 쪽이다. 이 회사는 HPC와 PDA, 팜 PC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해 놓고 있다. 특히 HPC의 3분의 1 이상이 윈도CE를 탑재했으며, 필립스나 팔맥스 같은 주요 팜PC 업체들은 올 하반기에 윈도CE기반의 신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컴팩을 비롯한 주요 PC 메이커들도 오는 10월 공식발표될 윈도CE 3.0(코드명 주피터)을 OS로 이동컴퓨터 시장에 뛰어들 전망이다.

MS사는 윈도CE의 마케팅 전략으로 정보가전에서 필요한 실시간 기능을 강조함으로써 인터넷 세트톱박스, 웹TV 등으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를 위해 윈도CE에 OS차원의 타이밍 진단과 실시간 클록 기능을 강화시킬 계획이다.

선도 임베디드 자바(Embedded Java)와 퍼스널 자바(Personal Java)로 윈도CE의 MS와 한 판 승부를 벌이게 됐다. 이 회사는 「한번만 작성하면 모든 곳에서 운영된다(Write Once, Run everywhere)」라는 자극적인 캐치 프레이즈까지 내걸고 있다.

자바는 지난 95년 가전기기의 프로그램 제어언어로 등장한 이후 인터넷 문서양식인 HTML에 역동성을 부여해 주목을 받았고 이제는 정보가전의 플랫폼으로 다시 한번 변신을 꾀하고 있다.

선은 임베디드 자바와 퍼스널 자바가 정보가전의 특징인 제한된 메모리 환경에서도 실시간 처리가 가능하다는 것에 마케팅의 초점을 맞춘다. 차세대 휴대단말기, 웹TV, PDA, 세트톱박스 등에 폭넓게 탑재되어 정보검색과 프린터 출력, 그래픽 지원 등을 가능케 한다는 설명이다. 자바의 확장성을 지원함으로써 스마트카드부터 팩스, 프린터, 전화기, TV, PC를 거쳐 슈퍼컴퓨터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상향 호환성(Upward Compatibility)」을 유지한다는 것도 장점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에릭슨, 노키아, 소니, 모토롤러 등 주요 가전업체들이 임베디드 자바와 퍼스널 자바를 라이선스해 신제품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선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인터액티브TV, 웹폰, 오토 내비게이션 등 3가지 분야의 응용개발기술인 자바TV API, 자바폰 API, 오토자바 API, 등을 내놓을 예정이다.

MS와 선은 또한 기존의 실시간 운용체계(RTOS:Real Time Operating System) 전문업체들과 경쟁적으로 파트너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정보가전 제어에 필수적인 실시간OS 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전문업체의 노하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MS는 지난 3월말 RTOS 전문업체인 멘토그래픽스사와 제휴했고 선 역시 코러스사를 전격 인수했다.

기존의 RTOS시장은 산업전자 및 항공우주 분야의 제어시스템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왔으나 앞으로는 정보가전의 비중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윈드 리버 시스템스, 인터그레이티드 시스템스, 마이크로웨어 시스템스를 비롯, RTOS시장의 메이저업체들은 소프트웨어 업계의 공룡들과 맞대결을 벌일 경우 승산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기꺼이 손을 잡기로 한 것. 물론 어느 한편에 줄을 서기 보다는 양다리를 걸치는 식으로 눈치를 살피는 업체들이 많다.

수면 위로 드러난 규모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정도로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정보가전 시장에서 과연 누가 진정한 강자가 될 수 있을 것인지, 두 회사의 요란한 주도권 다툼은 실리콘밸리 엔지니어들 사이에도 화제가 되고 있다.

<이선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