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인 빌게이츠의 내한을 이틀 앞둔 15일 마이크로소프트(MS)는 한글과컴퓨터에 대해 1천만달러 이상을 투자한다는 충격적인 내용의 합의문을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 발표했다.
MS의 김재민사장은 이날 『MS가 국내업체와 다양한 협력을 위해 노력해 왔다』며 『현재와 같이 어려운 경제사정에서 국내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한다』는 투자배경을 피력했다.
빌게이츠회장이 최근 잇따라 내한한 정보통신 분야의 거물급 인사들과 마찬가지로 한국에 대한대규모 투자라는 선물을 들고 들어오는 셈이다.
그러나 이번 MS의 투자발표를 바라보는 일반 국민들이 꼭 반갑게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그동안 다른 해외 정보기술(IT)업계 거물들이 발표한 투자계획과는 실상 많은 차이가 있기때문이다.최근 방한한 다른 세계적인 거물들의 투자계획은 사옥구매,설비증설,협력기업에 대한자본투자등이 주류를 이루었다.
MS의 투자내용도 국내기업에 대한 투자라는 점에서 어찌보면 비슷하지만 성격은 매우 다르다는 분석이다.투자대상이 경쟁사인 한컴이고 특히 MS가 늘 신경써온 경쟁제품인 「한글」 위드프로세서의 사업포기를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글」을 사랑해온 국내 컴퓨터사용자들은 이 때문에 「한글」의 몰락을 국산SW 자존심의몰락으로 여기고 안타까와 하는 것이다.
컴퓨터업계 관계자들이 이번 결정을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한글」의 포기가 자존심의문제도 있지만 향후 벌어질 시장상황에 대한 우려도 담겨져 있다. 그동안 그나마 한컴이 버텨줬기 때문에 워드프로세서를 값싸게 쓸 수도 있었지만 이제 MS워드만 남은 상황에서 MS가 그동안 취했던 관대한 정책을 계속 끌고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빌게이츠의 선물을 『이것도 외자유치라고 좋아해야 하나』라고 갸웃거리는 국민들의 마음속에는 당장 한컴이 들여 오기로 한 1천여만달러의 몇배를 앞으로 로열티로 지불해야 할 지 모른다는 씁쓸함이 짙게 깔려 있는 것이다.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