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저장장치] FDD 주도권 장악 "짐검승부"

집드라이브와 LS-120드라이브가 주도하고 있는 차세대 플로피디스크드라이브(FDD)시장은 보조기억장치 용량의 대폭적인 확대추세와 멀티미디어, 인터넷이 컴퓨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면서 급성장 추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아이오메가의 집드라이브는 지난 95년 1월 첫 출시된 이래 전세계적으로 1천5백만대 이상 팔려나가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메이션을 비롯한 전세계 5개의 컨소시엄업체가 개발하고 있는 LS-120드라이브 진영은 올해 1천만대 출하계획을 세우고 있다. 따라서 올해를 기점으로 차세대 FDD는 보급면에서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영국의 컴퓨터, 정보가전시장 조사기관인 언더스탠딩 앤드 솔루션스(Understanding & Solutions)사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2억4천만대의 PC에 설치된 이동형 저장매체 중에서 전통적인 FDD를 채택한 PC가 99.9%로 거의 대부분의 PC가 1.44MB 3.5인치 FDD를 장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전체 PC 중 5.5%가 아이오메가의 집드라이브를 장착한 것으로 드러나 97년 기준으로 출시된지 2년 남짓한 기간 동안 차세대 FDD가 큰폭의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따라서 아이오메가와 이메이션 두 회사는 앞으로 큰폭의 성장이 예상되는 이 분야에서 표준경쟁의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 전세계 PC제조업체들을 대상으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의 공급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상태다.

우선 아이오메가는 세계적인 PC공급업체인 미국 델컴퓨터사의 「옵티플렉스(OptiPlex)」 기업용 데스크톱PC에 내장형 집드라이브 모델인 「집 빌트인」을 공급키로 함으로써 차세대 FDD 표준경쟁에 한발 다가서고 있는 입장이다.

아이오메가는 이외에도 대만의 에이서, 미국의 애플, 치코니 일렉트로닉스, 컴팩컴퓨터, IBM, 유니시스, 게이트웨이 및 일본의 히타치, 소니 등 세계적인 PC제조업체들에 집드라이브를 공급하고 있다.

아이오메가는 또 3.5인치 FDD가 소비자 지향적인 상품인 관계로 소매시장 개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미 아이오메가는 제품디자인과 상표, 로고, 홈페이지 서비스 등을 소비자 지향적인 디자인으로 바꿔 개미군단 구매층을 적극 공략하고 있으며 미국시장에서 불기 시작한 1천달러 이하 PC시장을 염두에 둔 1백달러 미만의 내장형 집드라이브인 「집인터널 ATAPI」를 발표하는 등 소매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메이션은 LS-120의 최대 장점인 3.5인치 1.44MB 디스켓과 하위 호환성을 갖는 것을 바탕으로 2억대 이상 설치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3.5인치 FDD시장을 대체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초기시장을 아이오메가에 빼앗겼지만 이메이션은 올해초부터 협력회사들과의 연계를 통한 강력한 마케팅정책을 펼치고 있다.

우선 이메이션은 차세대 FDD 표준을 사실상 결정할 OEM시장을 적극 공략해 컴팩컴퓨터, 델컴퓨터, 게이트웨이, IBM 등 주요 PC제조업체들에 OEM으로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이메이션은 또 1백20MB와 1.44MB의 미디어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시스템 확장이 자유롭지 못한 노트북PC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이밖에도 이 회사는 독자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아이오메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리한 컨소시엄이라는 점을 적극 이용해 디스켓과 드라이브의 전세계적인 마케팅을 연동해서 추진함으로써 초기시장에서 빼앗긴 시장을 만회한다는 전략이다.

한편 올해는 차세대 FDD의 제품기술 개발도 상당부분 진척될 것으로 예상된다. 집드라이브와 LS-120드라이브가 발표된지 2∼3년에 이른 시점이며 소니와 카랩 등 후발주자들의 시장참여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이오메가와 이메이션은 소니와 카랩이 시장에 진출하는 올 하반기에는 새로운 형태의 제품과 기술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되며 경쟁체제에 따라 가격하락 추세도 예상된다.

두 회사는 차세대 FDD를 사용하기 위해 중요한 요소인 소프트웨어정책도 다양하게 추진하고 있다. 아이오메가는 도스시대에 디스켓 복구용으로 널리 사용되던 「노턴 유틸리티」에 집디스켓 복구 소프트웨어를 포함시켜 시만텍이라는 훌륭한 백기사의 지원을 받고 있다.

특히 이 회사는 포맷과 보안 등 컴퓨터 사용자들이 간편하게 활용할 수 있는 유틸리티를 제공하고 성능개선을 통해 수적인 우세를 지속적으로 유지해나갈 계획이다.

반면 이메이션은 영업기밀이나 보안을 필요로 하는 문서의 공개를 원천 봉쇄시키는 「인크립션」 소프트웨어를 출시해 디스켓의 활용도를 높이는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그러나 2∼3년에 걸친 아이오메가와 이메이션의 치열한 차세대 FDD경쟁에도 불구하고 표준경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난 80년대 초반 일본 소니에 의해 1.44MB 3.5인치 FDD가 발표됐을 당시만 하더라도 IBM이 이 제품을 선택하는 것으로 1.44MB 3.5인치 FDD가 업계 표준제품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PC업계에서 절대적인 지위를 갖춘 맹주가 없다. 특히 세계 주요 PC제조업체들이 집드라이브와 LS-120드라이브 중 어느 한쪽 손을 들지 않는 것도 표준화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차세대 FDD를 표준으로 장착하기 위해 갖춰야 할 시장상황과 소비자 요구, 제품신뢰성 등 복합적인 변수들이 늘어났고 기술개발과 영업상황이 급변해 시장을 예측하는 것 자체가 힘들어졌다.

1.44MB의 3.5인치 FDD를 개발해낸 소니와 갑을전자가 투자한 카랩사의 올 중반기 시장참여도 차세대 FDD의 표준경쟁에 또 다른 변수로 등장할 것으로 전망돼 차세대 FDD 표준경쟁은 더욱 더 복잡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PC제조업체들은 최근까지도 제품신뢰성과 소비자 반응을 검증만 하고 있으며 이런 체제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다만 차세대 FDD시장은 지난 3월 기준으로 1천5백만대를 판매한 아이오메가가 초기시장을 선점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컨소시엄 형태로 제품을 공급하는 이메이션은 공조체제를 이용한 마케팅과 제품생산 여건면에서 각각 우위를 지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규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