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아한글포기" 파문 확산

한글과컴퓨터의 「아래아한글」사업 포기 발표 파문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공정거래위가 공정거래법 저촉 여부를 파악키로 한데 이어 「아래아한글」을 기반으로 한 그룹웨어 등 응용소프트웨어 개발사들이 공동대응에 나섰고 「아래아한글」개발에 관여했던 SW개발자들의 「아래아한글 맥잇기 운동」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일반사용자들을 중심으로 「아래아한글 살리기 캠페인」도 확산되는 등 「아래아한글」 포기사태로 인한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나눔기술의 장영승 사장을 비롯한 한글기반의 응용소프트웨어 개발사들은 한컴의 MS자금유치가 발표된 15일 저녁 긴급모임을 갖고 한컴의 이찬진 사장과 마이크로소프트의 김재민 사장을 만나 결정을 번복토록 설득하는 한편 국회의원 등 정계 관계자들과도 협조방안을 모색할 계획정이다.

이들은 특히 한컴의 결정이 자신들의 사업에 막대한 피해를 끼치는 요인이라고 보고 한컴에 대한 제소 등 법적 대응도 강구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한컴 출신 직원 12명은 15일 와쏘텔레컴(WASSO)사에서 긴급모임을 갖고 한컴과 관련없이 「한컴오피스」 등 「아래아한글」 후속버전을 계속 개발키로 하고 기존 제품에 대한 애프터서비스도 지속적으로 지원해 나가기로 했다. 와쏘텔레콤은 지난 91년 설립돼 한컴홈키보드, 홈마우스 등을 한컴과 공동으로 개발한 업체이다. 김승옥 와쏘텔레콤 사장은 16일 한컴츨신 관계자들과 재차 모임을 갖고 구체적인 추진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아래아한글」개발 주역의 한 사람인 나모인터렉티브사의 박흥호 사장도 업계 관계자들과 협의를 거쳐 조만간 이번 「아래아한글」개발 포기에 대한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사장은 『아래아한글 호환제품을 만들거나 현재 주력품목인 웹에디터가 준 워드프로세서라고 할 수 있는 점을 감안, 웹에디터의 기능을 보완하는 방안 등을 생각할 수 있다』며 그러나 『아래아한글 호환제품을 만드는 것은 비록 핵심기술을 확보하고 있지만 주변기술 개발 등에 많은 투자가 필요하고 수요도 미지수여서 어려운 점이 있다』며 말했다.

또한 유닉스용 한글개발업체인 미지리서치(대표 서영진)는 한컴이 MS와의 계약이행을 위해 오는 99년 12월까지로 돼 있는 한글소스 라이선스 계약해지를 일방적으로 요구해와 이에 강력히 대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지리서치는 이 회사가 개발한 제품 「한글XR4」의 판매부진은 물론 수출계약과 관련업체와의 번들계약의 해지에 따른 손해보상을 요구하는 법적소송도 밟을 방침이다.

일반 사용자들을 중심으로 「아래아한글」살리기 운동도 본격화하고 있다. 주요 네트즌들은 천리안, 유니텔 등 주요 PC통신에 「아래아한글 살리기 서명운동」 코너를 만들어 캠페인을 벌이고 있고 전산관련 대학생들도 아래아한글 살리기 운동을 준비 중이다.

한편 「아래아한글」개발 중단에 따른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면서 한컴이나 「아래아한글」유통업체에는 문의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특히 거의 「아래아한글」을 표준 워드프로세서로 사용하는 관공서는 최근 「아래아한글」의 발주를 중단하는 한편 기존에 보관 중인 「아래아한글」문서에 영향이 없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한편 공정거래위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와 한컴의 계약에 대해 상황파악을 위한 준비를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공정거래위는 그러나 이번 계약이 한컴의 자발적인 선택인 데다 지분률도 기업결합 허용 여부 심사대상에 못 미치는 20% 미만이어서 일반적으로 불공정거래 행위라고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