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이 중소기업 제품 외면 "빈축"

신정부들어 IMF경제위기 극복과 산업구조조정의 대안으로 중소 및 벤처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으나 정작 중소기업 육성에 앞장서야 할 정부 및 공공기관들이 중소기업 제품을 외면하고 있어 비난을 사고 있다.

16일 관련기관 및 업계에 따르면 올해 행정전산망(행망)용 PC공급 적격업체로 삼성전자, LG전자, 대우통신 등 대기업 5사와 함께 11개 중소PC업체들이 등록돼 있으나 조달청이 최근 「제3자단가계약방식」으로 실시한 98년 1차 행망PC 구매입찰에서 각 정부부처, 지방자치단체, 교육기관 등 실제 수요기관인 공공기관들은 전체의 98%를 대기업 PC로 구매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PC(64비트 이하)는 특히 「98년 중소기업간 경쟁물품」으로 지정돼 공공기관의 경우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중소기업 제품을 우선 구매해야 하는데도 이같이 공공기관들이 AS문제를 들어 대기업 제품을 선호하고 있고 더욱이 중기청 등 중소기업 육성 주무부처나 중소기업 관련기관들까지도 중소기업 제품 구매를 외면, 비난을 사고 있다.

중소PC업계 관계자들은 『공공기관들이 제기하고 있는 AS문제 대안으로 11개 중소공급적격업체가 보유하고 있는 전국 3백여개 AS점을 활용, 공동AS망으로 운영하거나 전문AS업체를 선정하는 방법 등 다양하게 제시했지만 여전히 실제 구매에서 중소기업 할당량이 2%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라며 『이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행망 참여 중소PC업체들의 설자리를 모두 잃고 도산할 것』으로 우려했다.

S전자, S시스템, E텔레콤 등 11개 중소 PC업체들은 이에 따라 최근 「중소기업진흥 및 제품구매 촉진에 관한 법률」을 이유로 정부기관 등 공공기관이 중소기업 제품을 외면하는 것은 부당한 처사라며 관계 요로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에 따라 최근 행자부, 중기청, 조달청 등이 중소기업제품구매량 확대를 관계부처 및 산하기관에 요청했으나 행정조치가 아닌 권고사항에 불과해 별다른 변화가 없는 실정이다.

이처럼 행망용 PC구매에서 중소기업들이 철저하게 소외되고 있는 것은 현재 행망용 PC구매방식이 조달청 입찰에서 공급업체로 선정되더라도 실제 구매는 수요기관이 임의로 결정하는 「제3자단가계약방식」으로 이뤄지는데다 96년부터 실시된 지방자치제로 인해 중앙기관의 협조공문이 일선 지방자치단체에 제대로 먹혀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을 우선 보호해야 할 공공기관들이 오히려 중소기업의 목을 죄고 있다』며 『신정부 출범후 하루가 멀다하고 중소기업 육성 시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실제 일선에선 전혀 집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정책 따로 집행 따로」인 중소기업지원책을 꼬집었다.

한편 중소PC업체와 대기업들은 공공기관의 이같은 PC 편중구매가 계속될 경우 양측 모두 불리할 것으로 판단, 지난 8일 16개 업체들이 모임을 갖고 대기업제품 판매시 중기제품 일부를 끼워파는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했으나 이 역시 공무원 등 일선 구매자들의 획기적인 인식전환 없이는 실효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중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