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방송교류는 언제쯤 가능할까. 남한에서 북한방송을 자유롭게 시청하고 역으로 북한에서도 남한방송을 시청하는 「상호방송」시대가 과연 열릴 것인가.
현재로선 다소 상상하기 힘들다. 그러나 독일이 통일에 앞서 방송을 개방한 전례에 비춰볼 때 남북간 방송교류는 통일로 가는 길에 반드시 거쳐야 할 단계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남북한간 방송교류는 제한된 수준에서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단파 라디오방송의 경우는 사실상 완전 개방돼 단파 라디오만 있으면 아무런 제한없이 국내 청취가 가능하고 중파 라디오와 FM방송도 북한에서 고출력으로 송출하고 있기 때문에 상당 지역에서 청취가 가능하다. 그러나 정부 보안기관에서 안보상의 이유를 들어 방해전파(재밍)를 발사하고 있기 때문에 온전하게 청취하기는 힘들다.
TV방송의 경우는 방송방식의 차이로 일반인들의 시청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북한이 PAL방식을, 남한이 NTSC방식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판매되고 있는 TV수상기로는 수신할 수 없다. 그러나 최근 김대중 대통령의 미국 방문시 한미 양측이 북한문제에 대해 상당부분 의견접근이 이뤄졌고 16일 현대그룹 정주영 명예회장이 방북한 것을 계기로 향후 남북간에 화해무드가 조성되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남북한간 방송교류가 주요 관심사의 하나로 부각되고 있다.
남북한간 방송교류는 김대중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책과제중 하나다. 이미 올 2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북한 라디오와 TV방송 개방을 새정부의 1백대 과제중 세부정책 추진과제로 선정했으며 남북한이 방송프로그램을 공동 제작하거나 교환하는 방송교류협력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관련 지난주 방송인총연합회가 「남북한 방송교류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개최한 심포지엄에서 국민회의 남궁진 제1정책조정위원장은 △라디오 및 TV방송의 개방, △남북한 프로그램공동 제작, △남북공동 방송국(가칭 「한민족방송국」)설립, △남북방송협정 체결, △프로그램 교환센터 운영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남북방송교류준비위원회(가칭)의 구성을 당차원에서 검토하고 있으며, 향후 남북한 교류가 어느 정도 이뤄졌다고 판단될 경우 방송의 상호개방 이전에 남한 단독으로 북한방송을 개방하는 방안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북한방송 개방과 관련해선 라디오와 TV를 한꺼번에 개방하는 것보다는 매체별로 차별화해 단계적으로 개방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라는 의견도 제시했다.
이와함께 남북한 방송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남북방송교류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거나 통합방송법에 남북한 방송교류에 관한 조항을 삽입하는 방안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사실 남북한 방송교류는 이미 남북한간에 체결된 「남북한 기본합의서」에도 언급돼 있다. 따라서 양측이 방송교류에 대해 얼마나 의지를 갖고 있느냐가 현재로선 중요하다.
결국 남북한 방송교류에 대한 양측의 합의가 이뤄진 후에 비로소 방송협정등 후속작업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와관련 방송개발연구원의 이우승 선임연구원은 지난 87년에 체결된 「TV분야 협력을 위한 서독ARD와 동독TV간의 협정」 내용을 참고로 남북한방송협정(안)을 내놓아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안에서 이우승 연구원은 남북한 방송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협정안에 △방송 프로그램 상호구입, △프로그램 목록의 정기적인 교환, △상대방 프로그램의 저작권 인정, △프로그램의 공동제작, △상주 특파원의 교환 및 방송활동 지원 등의 조항을 넣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남북한 방송교류는 정치적인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해결돼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우선 남북한간에 방송교류가 본격화할 경우 방송방식의 차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중요한 현안으로 대두될 전망이다. 이와관련 동아방송전문대의 문종환 교수는 『남북방송교류의 초기단계에는 프로그램의 교류건수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서로 다른 방송방식을 변환해서 사용하되 점차 프로그램 교류건수가 증가하면 방식변환업무를 전담할 방송서비스센터를 남북한 주요 지점에 설치 운영할 것』을 제안했다. 또 디지털방송이 본격화할 것을 대비해 양측이 디지털방송방식을 표준화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함께 그동안 남북한이 송신소의 출력을 상대 수신이 잘되는 방향으로 증강하거나 방해전파를 발사해 상대방송의 수신이 곤란하도록 해왔는데 이를 개선해 교류협력의 전제조건으로 출력을 적정선으로 낮추고 방해전파의 송출을 중지하는등 전향적인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난제들을 해결하고 남북한 방송교류의 물꼬를 트기 위해선 남북한간 화해무드의 조성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