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슨트-모토롤러 전략적 제휴.. DSP시장 "돌풍" 예고

반도체업체들이 TI 따라잡기에 나섰다.

품목은 TI가 45%의 시장점유율로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디지털 신호처리 칩(DSP)분야. DSP시장은 전자제품의 디지털화가 가속되면서 해마다 3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유망 분야다. 그 시장 규모는 지난해 32억달러에 머물렀으나 오는 2002년 1백40억달러로 거대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선에 있는 업체는 루슨트테크놀로지스와 모토롤러. DSP분야 2, 4위 업체인 두 회사는 지난 2일 각 회사의 DSP기술을 공유하고 차세대 DSP코어를 공동 개발키로 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전략적 제휴를 전격적으로 체결했다.

이는 IBM과 모토롤러가 마이크로프로세서 분야에서 인텔을 따라잡기 위해 공동으로 파워PC칩 개발에 나섰던 것과 흡사한 방식이다.

공동 디자인센터를 통해 차세대 DSP코어를 개발하고 각자 상품화하는 것이 주요 내용. 두 회사는 모토롤러가 강점을 갖고 있는 디지털 오디오 분야 DSP기술, 루슨트가 보유하고 있는 디지털 통신분야 DSP기술이 합쳐져 시너지 효과가 발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내년 하반기경 결과물이 나올 시점에는 기존 DSP 판도에 적지않은 변화가 야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들 업체가 향후 1년 뒤를 내다보고 있다면 즉각적으로 TI에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변수는 IBM의 DSP시장 참여 발표다. IBM은 최근 주문형반도체(ASIC) 사업을 대폭 강화한다고 발표하면서 새롭게 추가한 코어 라이브러리에 TI의 DSP제품인 C54패밀리를 포함했다.

C54패밀리는 지난해 수백만개가 판매된 TI의 베스트 셀러. 최근 방한한 IBM 반도체사업부의 풀린샤 이사는 『이 제품이 기능적으로 C54와 완벽히 호환되며 ASIC코어로서 뿐만 아니라 단품으로도 판매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TI코리아측은 『DSP는 제품의 성능뿐 아니라 개발툴지원, 다량의 응용 소프트웨어 보유, 개발자 교육지원 등 인프라가 요구되는 분야』라며 『이 업체들이 좋은 제품을 개발했다 하더라도 이같은 요소를 갖추지 못하는 한 시장 확대는 희망사항』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DSP제품은 하드웨어 특성을 소프트웨어로 규정짓기 때문에 우수한 소프트웨어 개발진의 보유 여부가 사업의 핵심인데 이는 단기간에 육성하기 어려워 이들 업체의 사업이 정상궤도에 오르는 데 상당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TI측의 판단이다.

한편 업계 관계자들은 모토롤러, 루슨트, IBM 등 이들 업체가 지니고 있는 잠재력을 감안하면 어떤 형태로든 DSP시장의 판도변화가 일어나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유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