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과컴퓨터가 「한글」 개발을 포기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PC통신 게시판, 토론방이 연일 용광로를 방불케할 정도로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네티즌들은 지난 15일, 16일에 이어17일에도 천리안, 하이텔, 나우누리 등 PC통신을 통해 「한글」 개발을 포기한 한글과컴퓨터의 행위를 비난하는 글과 나름대로 이에 대한 대책을 제시하는 글 등을 올리며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
PC통신서비스 업체 관계자들은 『PC통신이 이처럼 한가지 주제로 떠들썩하기는 처음이다』며 『월드컵에서 멕시코에 역전패한 데 대한 네티즌들의 분노와 탄성도 「한글」 사건에 가려있는 상태』라며 네티즌들의 「한글」에 대한 관심에 놀라워했다.
17일 정오 현재 각 PC통신 게시판, 토론방에 개진된 네티즌들의 의견은 무려 2천여건.데이콤이 운영하는 천리안 토론방에는 지난 15일 개설된 「경악! 아래한글, MS에 넘어가다」라는 제목의 주제에 3백50여명이 참가해 2∼3페이지에 이르는 장문의 글을 올려 한글과컴퓨터 이찬진 사장을 성토하는가 하면 국내에 만연한 불법복제가 한글과컴퓨터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았다는 자성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천리안 사용자들은 주제토론에 이어 곧바로 지난 16일 「아래한글 살리기 서명운동」을 전개했다.17일 현재 1천1백여명이 참가한 서명운동에서 PC통신인들은 국내 벤처기업 육성에구조적인 모순이 있으며 한글과컴퓨터는 희생양이라고 지적하고 한글과컴퓨터가 회생할 수 있도록 각종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PC통신 하이텔의 여론광장에는 「아래아 한글은 살려야 한다」는 주제의 토론방이 개설됐다.4백여명 가까운 인원이 참여한 이 토론방에서 네티즌들은 『이 지경까지 이르게 한 정부의 정책을 비난하며 우리의 자존심인 한글을 살려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나우콤 PC통신 나우누리에도 17일 현재 1천여개의 글이 게시판을 장악했으며 서명토론실의 서명자가 지난 15일부터 하루 5백여명을 넘어서는 등 한글에 대한 뜨거운 애정을 보여줬다.열린광장에서는 「정부의 벤처육성자금 긴급지원을 요청한다」 「한글은 단순한 프로그램이아닌 우리 소프트웨어의 마지막 자존심이다」는 물론이고 「한글과컴퓨터와 마이크로소프트간 계약을 포기시켜서라도 우리것을 지켜야 한다」는 내용의 글들이 흘러넘쳤다.
지금까지 PC통신을 통해 여론을 형성하며 사회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네티즌들은 이번에도 단결력을 과시하며 「한국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땀흘리고 있다.
<이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