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전자, 금강기획, 현대세가 등 현대 계열사들의 게임 및 멀티미디어 관련사업 교통정리가 진통을 겪고 있다.
현대그룹 계열사들의 게임 및 멀티미디어 콘텐츠사업은 지난 80년대 말부터 게임기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한 현대전자를 필두로 현대정보기술, 금강기획, 현대세가 등 모두 4사가 가세,한때 파상적인 공세를 펴기도 했으나 내수시장 성장속도가 기대를 밑돈데다 작년말 닥친 경제위기 등으로 인해 통, 폐합의 길을 걷게 됐다.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국내의 게임개발업체와 제휴,의욕적인 사업추진을 시도했던 현대정보기술은 올 초 게임 및 교육용 타이틀 담당했던 미디어응용사업부를 해체하고 사실상 이 사업에서 손을 뗐다. 그동안 가정용 게임기 사업은 일본의 닌텐도와, 오락실용 게임기사업은 일본의 캡콤과 제휴해 사업을 진행해왔던 현대전자도 작년 8월 1차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미디어 영업부를 해체한데 이어 올 초에는 게임기 관련 사업을 정리대상에 포함시켜 도마 위에 올려놓았다. 반도체와 정보통신 등 주력사업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더 이상 게임기사업을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 가급적이면 현대 계열사에 이관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현대전자와 닌텐도 및 캡콤과의 계약은 내년까지 유효해 일방적으로 사업포기를 선언할 수 없는데다 현대전자가 보유하고 있는 게임기 재고 및 국내 대리점과의 관계 정리 등 대내외적으로 처리해야 할 문제도 적지않아 현대전자가 이 사업에서 손을 떼기까지는 적지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게 실무자들의 이야기다.
게임, 음반, CD제작 사업을 하고 있는 금강기획 역시 주력사업인 광고대행업이 크게 위축되면서 구조조정을 단행해야할 입장에 처해 있다. 금강기획은 현재 40여명의 관련인력이 소속되어있는 「멀티소프트사업팀」을 넘기기 위해 최근 현대세가측에 의사를 타진했으나 입장이 상충되는 부분이 많아 업무이관은 딜레마에 빠진 상태다.
지난해 일본세가와 합작으로 설립한 현대세가 역시 주력사업이 하나인 게임기 사업이 IMF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금강기획을 배려할 형편이 못되기 때문이다. 현대전자가 닌텐도 및 캡콥사와 진행했던 사업들을 이관받는 것 역시 이들 양사가 각각 가정용 및 오락실용 게임기시장에서 세가와 라이벌 관계에 있기 때문에 현대세가의 입장에서는 역시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새로 사업을 시작하는 현대세가의 입장에서 구조조정의 퇴적물들을 고스란히 흡수한다는 것은 매우 부담이 크다』는 것이 현대세가 측의 입장이다.
이에따라 당초 지난달말 확정안을 내놓기로 했던 현대계열사들의 게임 및 멀티콘텐츠사업 통폐합 작업은 이달말로 스케쥴을 연장한 것 외에는 이렇다할 묘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유형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