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세종과 빌 게이츠

조선왕조 4대 임금인 「세종」하면 누구나 먼저 떠올리는 것은 한글이다. 물론 세종은 재위기간에 활자인쇄는 물론 천문학과 의학에서도 그에 못지 않은 뛰어난 업적을 남겼다. 우리 역사상 세종 때만큼 과학기술이 융성했던 시기는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글은 그 어느 것에 비할 데 없는 위대한 발명이다. 한글은 우리 민족의 과학적 창의성을 대표하는 민족문자이기 때문이다. 일본 오사카의 민족박물관 세계문자전시실에 새겨진 「한글이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이라는 설명이 이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

「한글의 정보화」 체계에서 보면 이같이 세계적으로 우수한 세종의 한글창제 정신을 계승한 워드프로세서는 한글과컴퓨터의 「한글」이다. 그 「한글」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한컴이 마이크로소프트(MS)의 투자를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한글」을 죽이는 데 합의했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대로 MS사의 빌 게이츠 회장은 세계 최고의 부호다. 빌 게이츠는 미국 「포브스」지가 선정한 세계 2백대 부호 중 총재산규모를 지난해보다 40%나 불린 5백10억 달러로 연속 4번째 1위를 차지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MS와 빌 게이츠의 신화는 정보사회가 진전될수록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만큼 영향력이 확대된다는 의미다.

「프랑스어로 사랑을 속삭이고 독일어로 신을 이야기하며 영어로 연설하고 러시아어로 꾸짖는다.」 각국 언어의 고유한 특징을 비유적으로 설명할 때 흔히 인용되는 말이다. 이렇듯 언어는 나라마다 각기 다른 문화적 향취를 풍긴다. 따라서 그 나라의 문화를 모르고는 언어를 안다고 얘기할 수 없다.

우리는 다른 것에서는 몰라도 우리의 언어인 한글에서만은 빌 게이츠의 힘이 커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경쟁의 원리」가 이 시대를 지배한다 해도 우리의 언어까지 같은 원리로 재단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한글을 오늘날 정보사회에서 실용성이 더욱 빛나는 「글」로 만들기 위해서는 자주적이면서도 국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한글창제의 진정한 의미를 미래로 연결시킬 수 없다.

영국의 사상가 존 스튜어트 밀은 「자유론」에서 「국가의 가치는 필경 국가를 조직하는 국민의 가치다. 긴 눈으로 보면 국가의 가치는 결국 국가를 구성하는 개인의 가치에 의해 결정된다」고 갈파했다. 정부와 기업, 정치인과 국민을 포함해 우리 모두가 되새겨야 할 대목이다. 우리의 미래는 우리가 결정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