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한글을 살리자 (2)

이번 한글사태의 근본원인을 「한글이 사업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내세우는 사람들이 있다.과연 한글을 당장 살린다고 해서 성장할 수 있느냐에 대한 의문제기인 것이다.특히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육성정책을 책임지고 있다는 정보통신부조차 한글살리기 운동이 현실적인 판단이라기 보다 「국민적 자존심」 차원의 감정적인 요인이 강하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근본원인이 한글과컴퓨터의 경영실패에서 비롯되기는 했지만 향후 한글의 사업성 측면에서도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우선 한컴의 실패원인을 살펴보면 방만한 경영과 마케팅 정책실패 등 내부적인 요인과 불법복제와 경기침체 등 주로 환경적인 요인이 지적되고 있다.

한글과컴퓨터는 그동안 다양한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잇따라 실패했고 이 때문에 누적된 부채규모만도 1백50억원 이상이다.한해 매출이 2백억원도 안되는 회사가 짊어지고 나가기는 버거운 규모인 것이다.

지속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몸 부풀리기에 주력함으로써 매출액은 급속도로 신장했으나 실익은 떨어졌고 그룹웨어,인터넷컨텐츠 등 각종 신규사업 진출과 자회사 설립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는데 힘을 소모했지만 신규사업이 대부분 실패로 돌아갔다.

이에따라 한컴은 설립 3년만에 매출 1백억원을 돌파했고 다시 3년만에 2백억원을 돌파하는 등 눈부신 매출신장을 계속했고 한때 종업원수만도 2백명을 넘어서기도 했지만 이같은 눈부신 양적 성장 속에 적자폭은 늘어만 갔고 도저히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컴퓨팅 환경이 윈도 중심으로 급속히 전환하는데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고 호환성 문제를 등한히 함으로써 기업시장에서 밀렸던 점 등도 시장전망과 마케팅 정책 부문에서의 한컴의 또다른 경영실패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또다른 요인으로 불법복제가 지적되고 있다.70%에 이르는 불법복제율은 한컴이 버틸 기반을 극도로 약화시켰다는 주장으로 일반국민들조차 한컴사태이후 스스로 반성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컴의 경영실패로 인해 최근 한글이 다소 위축됐다고는 하나 시장점유율이 70%에 이르는 환경을 감안하면 한글의 사업성은 아직 충분하다고 말하고 있다.

한글 초기개발자인 나모인터랙티브社의 박흥호사장은 『워드프로세서는 국내 패키지SW 중에서도 시장규모가 가장 큰 제품』이라며 『한해에 50만개 이상 1백만개 가까이 팔려 나가는 제품이 시장성이 없다면 국내 소프트웨어 중에서 시장성 있는 제품은 단 하나도 없는 셈』이라고 말하고 있다.

다만 『워드프로세서가 부가가치 측면에서는 다른 소프트웨어보다 낮은 편인데 이는 마이크로소프트와의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이는 반대로 말하면 한글이 있었기 때문에 그만큼 싼 가격에 일반 소비자들이 워드프로세서를 사서 쓸 수 있었음을 반증하는 말이다.

70%에 불법복제가 한컴의 경영을 악화시킨 주요 요인인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모든 문제를 불법복제로 돌리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많은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같은 환경에서 살아가는데 유독 한컴만이 불법복제 때문에 이렇게 됐다고 말한다면 다소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따라서 『한컴의 실패를 한글에 전가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하고 현재의 시장우위를 기반으로 호환성 제고 등 기능을 높이고 마케팅을 제대로 펼친다면 한글은 충분히 사업성이 있는 제품』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