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과컴퓨터가 한글 포기를 전제로 마이크로소프트의 투자를 받기로 했다고 발표한 지난 15일 이후 「한글살리기운동」이 각계에서 다양하게 펼쳐졌다. 그동안 펼쳐진 한글살리기운동을 종합 정리해 본다.
△한국벤처기업협회=벤처기업협회는 19일자 신문광고를 통해 『「한글」 포기는 한국인의 자존심을 포기하는 것이며 우리나라 소프트웨어산업의 사활이 걸린 문제』라며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협회는 현재 「한글」사용자들을 대상으로 「1인당 1만원내기 운동」과 「국민주운동」을 펼치고 있으며 23일 현재 1억1천5백만원 정도 걷혔다고 밝혔다.
협회는 또 22일 기자회견을 갖고 한컴의 이찬진 사장 등 현 경영진에 대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지분도 포기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한글지키기은동본부」도 결성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용산전자단지상점가진흥조합, 한국대학생벤처창업연구회, 한국청소년학회 등이 벤처기업협회의 운동에 동참했다.
△PC통신 동호회 및 한글사랑회=「한글살리기 국민운동협의회」를 결성해 나우누리, 천리안, 하이텔 등 PC통신에 서명란을 개설하고 한글살리기 서명운동을 벌이면서 국민적 관심을 모으는 역할을 하고 있다. 23일 현재 각 PC통신의 한글살리기 서명란에는 13만여명의 네티즌들이 참가, 최단시간내에 최다서명기록을 세웠다.
△나모인터랙티브=인터넷용 소프트웨어개발업체인 나모인터랙티브의 박흥호 사장은 「한글」개발에 참여한 5명중 한사람으로, 한글이 시장에서 사라질 경우 대체상품을 개발할 계획을 추진중이다.
박흥호 사장은 김형집씨, 우원식씨 등 한글 개발주역들과 함께 25일 열리는 기자회견을 통해 한글 대체용 워드프로세서인 「나모한글」(가칭) 개발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비트정보기술=「한글살리기 국민운동본부」 명의로 각 일간지에 전면광고를 내고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던 비트정보기술은 가장 먼저 한글살리기운동에 참여했으며 최근 벤처기업협회에 동참키로 했다.
△정부=유관 부처인 정보통신부는 23일 『한글문제는 시장논리로 해결돼야 한다』며 정부의 불간섭 입장을 공식 표명했다. 정통부는 또 「한글살리기운동」이 외자유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도 내비쳤다.
반면 문화관광부는 『한글 포기는 한글 표현문제뿐아니라 국민의 국어생활에 악영향을 끼친다』며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혀 정통부와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글과컴퓨터=한글과컴퓨터사는 외부적으로 일체 대응을 삼가고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컴은 국민운동에 기대를 걸면서도 MS와의 합의에 악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조바심을 내고 있는 모습이다. 한컴의 관계자는 『한글도 살고 회사도 살면 좋겠지만 현재로선 MS와의 공동발표 이후 아무런 변화가 없어 당초 계획대로 투자유치 일정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컴측은 국민주 공모나 대기업의 투자결정에 따른 획기적 변화가 있을 경우 MS와의 합의사항을 번복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한글살리기운동이 확산되고 있는데 대해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이같은 국민운동은 민주주의사회에서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그러나 현실적으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지는 의문시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들 단체들은 최근 잇따라 벤처기업협회가 주도하는 「한글지키기운동본부」에 참여의사를 밝힘에 따라 운동주체가 통합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