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2k문제 연중 기획 10] 해결 의지.능력은 "아시아 최고"

『1999년 12월 31일 자정 시각(24:00). 항진하는 호화선 타이타닉 2호의 기관실 컴퓨터는 연도인식의 혼란이 일어나 순간적으로 배가 후진하게 된다. 이 장애를 시작으로 모든 조명시설과 환기장치가 꺼지고, 방문이 안 열리고, 자동제어설비가 고장나 통신설비, 승강장치, 경보음, 안내방송조차도 작동이 안된다. 승객들은 모두 놀라고 제2의 타이타닉 침몰과 같은 공포가 엄습한다.』

흔히 많은 전문가들은 Y2k문제를 크게는 종교적인 차원에서 거론돼왔던 20세기의 종말론이나 타이타닉호 같은 인재로 인한 비극적인 사건과 연관시켜 표현한다.

타이타닉호의 비극처럼 많은 위험경고(SOS)를 무시하고 과속운전을 한 선장이나, 타이타닉호의 침몰 후 인명구조를 등한시해 결국 영, 미 의회 청문회에 서야 했던 인근 선박의 선장 역할을 하느냐, 아니면 늦게나마 구조에 진력해 후에 세기의 영웅이 됐던 구조선 선장(헨리 로스트론)이 될 것이냐의 문제를 Y2k의 대비책에 비유하는 것이다.

뉴욕 증권협회 회장인 그라소는 최근 Y2k 위기와 관련, 『2000문제는 미국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고, 전세계가 하나의 지구촌망으로 연결돼 있으므로 외국 어느 한 거래처의 컴퓨터 연산장치의 장애로 다른 분야가 피해를 입으면 이것이 연쇄적으로 다른 나라에도 확산돼 총체적인 위기를 몰고오게 될 것』이라는 발언을 했다.

국내 금융업계 관계자들은 이 발언을 최근의 아시아 금융위기와 관련해 실현 가능성이 높은 인재론으로 해석했다. 해외의 투기성 헤지펀드를 못막아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대다수 아시아 국가들이 Y2k에 무방비 상태에 놓일 경우 네트워크망이 뛰어난 헤지펀드들의 컴퓨터 단말기 하나에 국가 경제의 명암을 맡겨야 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또 어떤 이들은 Y2k문제를 인간에게 불씨를 훔쳐다준 프로메테우스의 은혜를 잊어버리고 불씨를 2량(Two Digit:기존 컴퓨터 프로그램에서 4단위 대신 2단위로 단축 사용한 연도표기를 말함)에 팔아 독식한 데 대한 불의 심판이 다가오는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는 그 불씨가 전기가 되고 전자공업이 발전해 오늘날 정보기술의 원동력이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의 예상대로라면 새로운 세기가 열리는 2000년 1월 1일부터 인류 공동의 적인 컴퓨터의 반란이 시작된다. 사회 전반을 유지하는 시스템이 대부분 컴퓨터에 의해 제어되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컴퓨터 장애(Bug)를 받으면 그 충격으로 다른 분야에도 장애가 이어져 총체적인 문제가 일어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것은 신이 인간의 공동 노력과 협력심을 시험하는 것이고 그런데도 이에 대비하지 않는다면 인간의 교만에 대한 징벌이 내려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Y2k 위기가 현재 우리나라가 처한 국난 극복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재미있는 해석도 등장하고 있다. 무엇보다 선진 각국이 Y2k 해결 여부를 국가 신인도와 결부시켜 평가하기로 한 조치가 오히려 우리에게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세계 각국은 아시아지역에선 2000문제에 가장 적극적인 해결의지와 능력을 갖고 있는 나라로 한국을 꼽고 있다.

우선 한국에는 코볼언어 경험자가 많고 직업의식 역시 가장 투철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또 환경적으로는 아시아에서 해결능력을 갖춘 일본과 대만 등이 연도표기로 자체 연호 등을 병행, 사용해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덜 적극적이라는 반사이익도 보고 있다. 일본은 대다수 공공기관이 연도표기를 서기로 하지 않고 소화(小和)나 평성(平成)으로 하기 때문에 금융, 보험 등 국제 상거래 외에는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고, 대만 역시 장개석 정부 수립 이후 자체 연호를 사용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럴 경우 Y2k에 대한 우리나라의 적극적인 대응은 20세기의 파국을 막는 것은 물론 국가 신인도 회복 및 고용창출효과 등을 발생시켜 IMF의 조기 극복이라는 커다란 결실을 얻을 수 있다는 확대해석이 가능하다는 것.

Y2k 위기가 파국으로 실현될 경우 인재론이나 천재론 등의 다양한 해석은 의미가 없다. 하루빨리 Y2k문제에 대한 전쟁을 선포하고 이를 경제위기 극복의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