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할리우드 직배영화들의 한국시장 영향력이 커지면서 개봉관 독식,관행을 깨는 계약조건요구,끼워팔기와 같은 부정적인 형태의 영업방식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한국공연예술진흥협의회의 「97년 심의연감」에 따르면 작년 수입된 미국 영화는 총 2백64편으로 전체 외국영화 수입량의 60.3%나 차지했다. 특히 국내에 직접 진출한 브에나비스타(월트디즈니), UIP, 컬럼비아트라이스타, 워너브러더스, 20세기폭스 등 미국의 5대 직배영화사들은 작년에 총 54편의 영화를 개봉해 총 5백91억5천7백78만원의 매출을 올렸고,그 중 42.3%인 2백50억4천3백32만원을 본사에 송금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에 국내 흥행영화 10걸 가운데 「잃어버린 세계」, 「콘에어」, 「에어 포스 원」, 「페이스 오프」 등 9편의 직배영화가 편당 평균 관객동원수 38만2천명을 기록하며 흥행 10걸에 들었는데,이같은 평균 관객동원수는 96년보다 37%나 증가한 것이다.
이처럼 직배영화들의 영향력이 증대하면서 올들어 한국영화계와 극장업계는 유달리 거세진 직배영화사들의 입김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7월로 접어들면 한국 극장가는 할리우드 영화 일색이 될 것으로 보인다. 7월3일과 17일을 개봉시점으로 해 「고질라」, 「아마겟돈」, 「뮬란」, 「씨티 오브 엔젤」, 「나홀로 집에 3」등의 할리우드 영화들이 서울 전체 개봉관수인 1백43개(극장인연합회 집계)중 약 1백15개관을 점령,한국영화가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 실제 같은 시기에 한국영화 「세븐틴」을 상영할 예정인 10개관 및 군소 예술영화관 외에는 할리우드 영화들이 90%에 가까운 극장점유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심지어 (주)대우가 운영하는 영화관 씨네하우스는 개봉 3주만에 서울관객 45만명을 동원하면서 흥행영화로 떠오른 한국영화 「여고괴담」의 상영을 평일로 밀어내고 황금시간대인 주말 상영분을 「고질라」로 채우기로 해 「여고괴담」 배급사인 시네마서비스측과 갈등을 빚고 있을 정도다.
특히 「고질라」는 영화 흥행성을 등에 업고 기존의 극장계약 관행을 깨는 힘까지 발휘하고 있다. 기존 계약관행인 「영화종영 한달 후 6(영화사) 대 4(극장)로 정산」하던 것을 「개봉 후 매달 7 대 3으로 정산하고,8주간 장기상영을 보장해 달라」는 조건을 요구한 것이다. 이처럼 극장측에 불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고질라」는 서울 35개관,전국 65개관을 점령하고 있다.
대작영화의 힘을 빌어 2∼3편의 군소영화를 끼워파는 영업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극장 관계자들은 한국 시장상황에 비춰 흥행 성공가능성이 낮은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가 「고질라」의 힘을 빌어 개봉됐고,「이보다 더 좋을순 없다」,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 「호스 위스퍼러」등도 각 직배영화사들의 입김에 밀려 개봉된 사례들로 꼽고 있다.
<이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