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부품업계 "지도" 바뀐다 (7);저항기시장

지난해 말부터 올해 상반기까지는 저항기업체에게는 극심한 시련의 시기였다.

세트업체의 가격인하 압력이 어느때보다 드셌고 통합구매제도와 공개입찰제도가 본격적으로 도입돼 가격경쟁에 한층 불이 붙었으며 저항기업체들이 여러가지 이유로 부도가 나거나 사업을 포기해 저항기업계의 위기감이 더욱 고조된 시기였다.

이 기간 동호전자와 삼덕전자가 계열사인 태일정밀과 일진기업의 부도로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쓰러졌으며 경인오옴시스템과 금산전자가 거래처의 부도여파로 잇따라 저항기시장에서 물러났다. 또 최근에는 사업다각화의 일환으로 세라믹발진자 부문에 무리한 투자를 감행하던 정밀급저항기 전문업체인 두원전자가 IMF 여파로 인한 이자부담과 거래처의 부도어음 증가로 인해 쓰러져 저항기시장의 위기감을 확산시키고 있다.

이처럼 많은 업체들이 외부요인에 의해 쓰러지는 한편 자발적으로 사업을 포기하는 사례도 생겨났는데, 대륙전자와 세방전자는 향후 저항기사업이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사업을 포기하고 생산장비를 타 저항기업체에 매각함으로써 이제 저항기는 더 성숙할 여지가 없는 한계산업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만들었다.

다행히 부도가 났던 동호전자와 삼덕전자는 최근 화의신청이 받아들여져 재기를 꿈꾸고 있으나 경기가 계속 침체되고 있고 기존에 거래하던 업체들이 다수 떨어져나가 완전한 재기는 불투명한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한편 현재 국내 저항기의 월 평균수요는 리드선저항기 20억개, 칩저항기 20억개 가량으로 추산되고 있는데 칩저항기의 경우 월 20억개 가량의 생산능력을 갖춘 삼성전기가 시장을 완전 평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리드선저항기의 경우 공급물량 초과로 인해 가격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교통정리가 불가피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저항기업체의 구조조정이 가속화될것으로 예상되는데 동호전자와 더불어 5대 저항기 메이커로 불리는 스마트, 아비코, 한륙전자, 영지통상(구 한주화학) 등은 주거래업체인 대기업의 주문물량 감소로 하반기부터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 함께 부천지역과 성남지역에 밀집해 있는 소규모 저항기업체들도 주거래업체인 소형가전업체 등 중소형 세트업체들이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어 올해는 험난한 시기의 연속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저항기업체간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으로 보고 있는데 공개입찰제도와 통합구매제도의 도입에 따라 대형업체로 물량이 편중되는 현상이 심화되고 대기업과 거래를 트지못하는 저항기업체들은 시장에서 도태되는 등 업계 지도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저항기업체간 가격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가격경쟁력에서 뒤지는 업체는 시장퇴출이 불가피해 현재 30여개에 달하는 저항기업체들은 사업포기 및 인수합병 과정을 거쳐 20개 이하로 정리될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제 저항기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월 평균 3억개 이상의 생산능력을 갖춘 몇개 업체로 통합되는 것이 불가피하다』며 『경쟁력을 갖고 있는 저항기업체간 빅딜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으로 업계의 한 관계자는 내다봤다.

<권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