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사회기강시스템

청풍양수(淸風兩袖)란 고사성어가 있다. 「시원한 바람이 두 소매 안에 있다」는 뜻으로 관리나 선비들의 청렴결백을 일컫는 말이다. 이 고사는 명(明)나라 때 우겸(于謙, 1398∼1457)이란 청백한 관리가 황제의 명을 받아 하남(河南)일대를 돌며 백성들의 형편을 살펴본 뒤 빈손으로 귀경하면서 지은 시 한수에서 유래됐다. 그 시에는 청풍양수조천거(淸風兩袖朝天去)라는 구절이 있다. 두 소매 안에 시원한 바람만 채워 넣고 하늘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최근 고위 공직자와 전직 은행장, 재벌 총수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비리가 속속 불거져 나오고 있다. 또 정의와 정도를 지켜야 할 대학마저 교수임용을 놓고 뒷돈이 거래됐으며, 한 경관은 술집을 상대로 뇌물과 미성년자의 접대를 받으며 비리를 부추겼다. 구청 공무원으로 이어지는 하급 공무원의 부정부패 연결고리도 심각한 사회문제가 아닐 수 없다. 새 정부의 사정바람은 거세지만 아직도 고위 공직자에서 말단 공무원에 이르는 수많은 비리들로 세상은 위험수위를 넘어 요지경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러한 비리를 방지할 수 있는 묘책이 없는 것만은 아니다.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실시한 토지전산망이 큰 효력을 발휘했듯이 공직자 재산등록의 범위를 현재의 국회의원이나 장, 차관급에서 경찰, 군인, 교사를 비롯한 모든 공무원으로 확대한다면 이런 저질 악성 비리 사건들은 사전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공직자의 재산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국민 세금으로 생활을 하는 모든 공복들을 감독하는, 그야말로 사회기강시스템이 구비된다면 비리 공무원들이 더 이상 기생할 수 있는 풍토는 사라질 수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탐관오리는 나라가 부흥할 때보다 세상이 어지럽고 어려울 때 더 활개를 쳤다. 조선시대 영조는 아들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둬 죽인 매정한 임금이었지만 세종대왕 못지 않게 문예부흥과 경제발전을 이룩한 성공한 군주였다. 반면 정치, 경제가 어려웠던 시절, 폭군이던 대원군조자 탐관오리를 처리하지 못했다.

이제 어떤 처지에도 품위를 잃지 않고 세속에 물들지 않는 청렴결백한 공무원상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사회기강시스템은 조속히 구축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