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월요 연구소 탐방 (9);삼성전기 기판연구소

『앞으로 인쇄회로기판(PCB)기술은 반도체 패키지와 빌드업(Build up)분야 중심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봅니다. 삼성전기는 이를 양축으로 삼아 첨단 PCB기술 개발에 총력을 경주할 계획입니다.』

삼성전기 PCB총괄 사업장인 조치원공장에서 기판연구소를 관장하고 있는 박건양 소장(상무)은 PCB기술 발전 추이를 이렇게 설명하고 특히 반도체와 정보통신기기의 기술 발전에 대응할 수 있는 PCB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면 PCB사업에서 도태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소장이 수많은 PCB 중 반도체와 통신기기용 PCB만을 미래 유망 사업으로 지목하고 있는 까닭은 해외시장에서 국내 PCB업체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일본, 대만, 중국업체 때문인 듯하다.

PCB 선진국인 일본의 경우 반도체 패키지보드, 통신기기용 보드 등 첨단 고부가가치 PCB에 대한 원천기술과 소재기술을 확보, 국내 PCB업체가 이 분야에 진출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견제하고 있으며 대만과 중국업체들은 풍부한 노동력과 정부의 지원아래 우리나라 업체가 주력 생산하고 있는 6층 이하 다층인쇄회로기판(MLB), 페놀계 양, 단면 PCB시장을 급속히 파고 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 PCB업체는 일본의 견제와 중국, 대만의 공세 속에 끼여 안팎 「곱사등이」가 될 수 있다는 게 박 소장의 견해다.

국내 PCB업체가 처한 이같은 상황을 극복하고 「전자산업의 쌀」로 지칭되고 있는 세계 PCB시장에 선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연구개발투자가 필요한 데 IMF로 인해 업계의 R&D 투자가 올들어 급감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일본, 중국, 대만업체들이 최근 들어 신기술, 신공법을 채택한 첨단 PCB를 개발, 생산하기 위해 막대한 설비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반면 국내업체들은 생존만을 의식, 이 분야에 대한 투자를 줄인다면 앞으로 3∼4년 후 국내 PCB업체는 국제 무대에서 설 땅을 잃게 될 공산이 크다고 우려했다.

삼성전기는 이를 감안, 올해 PCB 연구 개발에 전체 PCB 매출액 2천2백억원의 10% 정도인 2백억원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특히 당초 수립했던 추가 양산설비 구축 사업을 보류하는 대신 2∼3년 후 다시 활황세를 보일 국내 전자정보통신, 반도체 산업을 겨냥해 연구개발에 투자를 집중해 나간다는 것이다.

삼성전기는 우선 PCB기술 개발의 산실인 기판연구소의 인력을 현재 20명에서 50명으로 확충하고 오는 2000년경에는 1백명 정도의 연구인력을 확보, 명실공히 세계 최대 PCB 연구진용을 갖춘 기판연구소로 키워나갈 계획이다.

삼성전기가 이처럼 기판연구소에 집중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은 까닭은 D램을 포함한 국내 반도체업체의 기반이 튼튼하고 정보통신기기, 자동차 분야에서 신규 수요가 지속적으로 발생해 첨단 PCB시장이 무궁무진하다는 데 있다.

특히 그동안 자사 제품용 PCB 공장을 운영해온 미국, 독일 등 선진 전자정보 통신업체들이 최근 들어 구조조정 차원의 일환으로 PCB 공장을 폐쇄하거나 설비를 매각하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 PCB업체를 통한 아웃소싱에 적극 나서고 있어 이를 도약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게 삼성전기의 전략이다.

『세트업체와의 약속에 따라 기술보안을 생명으로 여기고 있는 PCB업체 속성상 자세한 기술 및 공법에 대해 설명할 수 없다』고 밝힌 박 소장은 『2백56MD램, 1GD램 모듈기판, 펜티엄Ⅱ, EPIC 마이크로프로세서 등에 적용될 BGA기판, CSP, TAP 등 차세대 반도체에 적용될 거의 모든 패키지보드 기술을 확보, 샘플 및 양산 전단계에 있으며 임피던스에 대응한 차세대 빌드업기판 기술도 개발해 무선통신기기에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