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콘텐츠 "행정 단일화" 급하다

멀티미디어 콘텐츠 산업부문에서 관련 부처가 유사한 업무를 중복집행하고 있어 정책혼선은 물론 업무의 효율성 저하와 예산낭비를 초래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3일 관련당국 및 업계에 따르면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 멀티미디어 콘텐츠 산업을 둘러싸고 문화관광부와 정보통신부가 각각 자신들의 영역임을 주장하면서 유사한 정책과 예산을 집행, 인력 및 예산낭비와 업무의 비효율성은 물론 업계에 상당한 혼란을 야기시키고 있다.

특히 게임분야의 경우 문화부가 지난 97년부터 중소업체 지원차원에서 유망 게임의 개발비를 사전에 지원해주고 있는 「우수게임사전제작지원」 대상 작품의 일부가 정통부 산하 멀티미디어컨텐트진흥센터가 올해부터 시행하는 「종합영상물시범사업」 공동개발 작품으로 선정되는 등 중복지원 사례가 이미 나타나고 있다.

또한 지난 5월말 미국 애틀란타에서 열렸던 게임 전문전시회인 「E3」에는 문화부와 정통부가 각각 산하단체나 기관을 통해 독자적으로 참가지원업체를 선정하고 부스도 별도로 마련함으로써 투자의 효율성을 떨어뜨렸다는 빈축을 사기도 했다. E3에 참가했던 한 업체 관계자는 『이들 부처가 국내업체들에 참가비용을 지원해준 것은 고마운 일이나 양 부처가 협력해 「한국관」을 설치하는 등의 형식으로 힘을 모아주었다면 국내업체들의 작품을 한 곳에 집중함으로써 전시효과를 한층 높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그 뿐만 아니라 정부 부처간의 정책중복으로 인해 유사한 성격의 게임단체가 문화부와 정통부 산하에 혼재해 게임업체들은 최소한 2,3개 단체에 중복가입돼 있고 이들 단체의 정책 역시 대부분 중복되는 등 업계에 혼란을 야기하고 있어 이 같은 유사단체의 통합과 일관된 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대해 문화부측은 『영화, 비디오물, 음반, 새영상물, 출판 등 문화산업진흥에 관한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한다는 정부조직법과 직제, 음반 및 비디오물에 관한 법률 등 관련개별법에도 콘텐츠 산업이 명백히 문화부의 업무영역임이 명시돼 있는데 정보통신부가 뒤늦게 월권성격의 관련단체를 설립하고 중복된 성격의 지원업무를 펴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보통신부 역시 소프트웨어산업의 육성에 관한 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한다는 직제와 소프트웨어개발촉진법 등 관련개별법에 근거해 콘텐츠 산업에 대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고, 일부 설립을 추진중인 민간단체들도 정통부에 소속되기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부처간 협의로 이 문제가 해소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문화부측은 일단 정통부와 산하 단체 이관을 비롯한 업무분장 문제를 협의하되 여의치 않을 경우 국무조정회의를 통해 업무중복에 따른 문제를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업체의 한 관계자는 『부처별로 독자적인 영역에서 각기 다른 정책을 제시함으로써 업체들이 우선 당장은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잇점이 있지만 최근 제시되고 있는 두 부처의 정책이 중, 장기대책 보다는 일과성 자금지원 등에 그치고 있고, 그나마도 일부업체에 몰릴 소지가 있어 장기적으로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하며 『보다 효율적인 정책을 위해 상급기관이 주무부처를 명확히 명시해 한 곳에 집중시킬 필요가 있으며 이에 앞서 우선 멀티미디어 콘텐츠에 대한 용어정리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홍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