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초를 전후해 국내 소프트웨어업계를 강타한 연쇄부도 이후 다소 상처가 아물어가던 게임업계가 IMF체제에 돌입한 이후 대기업들의 잇따른 사업철수와 중견 유통업체들의 부도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온라인 게임 시장을 중심으로 신규업체의 증가와 국내업체들의 해외진출이 눈에 띄게 활발해지고 있으며 게임관련 제도와 법규도 정부의 영상관계법 개정과 맞물려 개정을 앞두고 있다. 이같은 흐름들은 국내 게임산업 전반에 걸쳐 새로운 변화를 요청하고 있으며 적지않은 진통도 예상된다. 올들어 발생한 일련의 사건을 중심으로 전환점을 맞고 있는 국내 게임산업 현황을 점검해 본다.
<편집자>
최근 국내 게임산업에서 포착되고 있는 중요한 움직임 가운데 하나는 전반적으로 수요가 위축된 상황속에서 퇴출과 신규진입이 교차하면서 크게 술렁이고 있다는 것이다. 작년 말과 올 초 쌍용정보통신, 현대정보기술, 현대전자, 삼성영상사업단, 금강기획 등 대기업들이 게임사업을 포기하거나 계열사와 통합하는 형식으로 사업을 정리했다. 업체들의 진퇴가 반복되고 있는 것은 소규모 자본과 인력으로도 창업이 가능한 게임산업의 특성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올해는 비중이 큰 게임 공급업체들이 줄이어 퇴장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 하다.
그 결과 현재 국내 게임시장에 남은 대기업들은 삼성전자, SKC, 웅진미디어, (주)쌍용, LG소프트 정도여서 게임 라이센싱 및 유통을 둘러싼 거품은 많이 제거된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기존 업체들의 퇴장과는 대조적으로 현대세가, 코오롱정보통신을 비롯, 단다소프트, 손노리, 이포인트 등 상당수 업체가 PC게임 시장에 진출했으며 온라인 게임시장에는 10여개의 신규업체가 쇄도하면서 향후 게임산업의 향배를 시사해주고 있다. 올 상반기 게임시장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30%이상 줄어든 가운데 신설과 위치 이동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것은 거꾸로 게임산업의 성장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는 증거로도 볼 수 있다.
또 한가지 변화는 내수위축과 환율상승으로 인해 외산게임 공급에 부담을 느낀 대기업들이 국산게임 조달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실력있는 국내 개발사들의 위상이 높아지고 내수시장에 한계를 자각하면서 해외시장 진출이 활기를 띠고 있는 점이다. 시노조익, KRG 등 PC게임업체들은 이미 구미시장 진입의 교두보를 마련했으며 넥슨은 미국에서 온라인 게임의 상용 서비스에 들어갔다. 또한 패밀리프로덕션, 재미시스템 등 PC게임업체들이 자체 개발한 게임을 앞세워 아케이드 시장 진입을 모색하고 있는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국내업체의 해외진출 노력만큼이나 한국시장을 겨냥한 외국업체들의 활동도 가시화되고 있다. 일본 코나미가 SKC와, TGL과 소프트시스템은 각각 심&인터소프트, 신세계I&C와 독점판권 공급 계약을 맺었다. 또한 작년말 (주)쌍용과 결별한 미국의 일렉트로닉부티크(EB), 대만의 소프트월드는 직접 투자할 국내 개발사들을 찾아나섰으며 미국의 일렉트로닉아츠(EA)는 한국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물밑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시장규모가 아직 작은데도 불구하고 발전 가능성을 기대하는 외국업체들이 한국시장에 꾸준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 역시 고무적이다.
IMF체제 돌입 이후 국내 게임시장은 그동안 메이저 역할을 했던 대기업 게임 공급원들이 대거 이탈함과 동시에 온라인 게임을 중심으로 한 신생업체들의 증가와 외국업체들의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향후 판도변화를 예견케 하고 있다.
<유형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