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연 민간수탁 연구과제 격감

정부출연연구기관이 민간기업으로부터 연구개발비를 받아 수행하는 민간기업 수탁 연구계약고가 IMF사태 이후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출연연들은 정부의 연구개발비 지원감축에다 민간기업 계약고마저 감소해 재정난을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5일 대덕단지 출연연구기관에 따르면 지난해까지만 해도 해마다 10% 이상 꾸준히 증가하던 출연연들의 민간기업 수탁연구과제가 올들어 크게 줄어 7월말 현재 기관에 따라 작년의 5분의 1까지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출연연의 민간수탁연구계약고가 크게 줄어든 것은 경제난으로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까지 연구개발투자를 줄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일부 기업들이 최근 장기 연구개발과제를 축소하거나 아예 폐지하고 있어 출연연의 민간수탁연구계약고는 갈수록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연구개발비 총 2천4백억원 중 6분의 1에 달하는 4백여억원을 민간기업으로부터 지원받아 연구개발을 수행했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올들어 7월말 현재 민간수탁연구계약고를 2백50억원 정도 확보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3백80억원의 연구개발비를 지원했던 한국통신이 올해에는 총 1백39억원 지원하는 데 그쳤고 SK텔레콤, 하나로통신으로부터 수탁받은 과제도 각각 4억2천만원, 2억6천만원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또 이같은 민간수탁연구계약고 중 절반에 달하는 1백10억원은 71개 업체가 분담해 연구비를 지원하는 장기 지속연구과제인 「IMT 2000 표준모델연구」와 관련된 예산이고 특히 지난해까지 별도기관이었던 시스템공학연구소의 민간연구계약고까지 포함한 것이다.

지난해 20개 과제 총 9억5천7백만원의 민간수탁계약고를 올렸던 표준과학연구원은 올들어 7월말 현재 3개 과제 2억7천5백만원 어치 계약하는 데 그치고 있고 32억원을 올렸던 에너지기술연구소도 7억원에 그쳐 작년보다 5분의 1 정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7개 과제 2억2천만원의 연구계약고를 올렸던 생명연은 올해에는 3개 과제 1억1천만원 수준으로 절반에 머무르고 있으며 화학연도 지난해(40억2천6백만원)의 절반정도인 22억9천만원의 연구계약을 하는 데 그쳤으나 현재 민간기업과 꾸준히 접촉해 연말까지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계약고를 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지난해 산학 공동연구 등을 통해 총 1백35억원의 연구계약고를 올린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올들어서도 지속적인 계약이 이뤄져 민간기업과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1백24억원 상당의 연구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KAIST는 민간기업 대상 연구계약과제수가 지난해 3백27개 과제에서 올해 1백75개 과제로 절반가량 줄었으나 하반기 중 여러 민간기업으로부터 대형연구프로젝트를 수주, 지난해 수준을 능가하는 민간수탁연구계약고를 올릴 전망이어서 IMF를 타지 않는 유일한 연구기관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KAIST는 7월 현재 정부주도 연구과제가 1백80억원 수준으로 작년(4백95억원)의 절반에도 크게 못미쳐 전체 연구개발비가 지난해(6백51억원)에 비해 절반정도 감소한 3백20억원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대전=김상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