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광택 대우정보시스템 이사
비전산분야 2000년(Y2k)문제의 심각성이 최근들어 크게 대두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응은 아직 미약하다는 느낌이다.
비전산분야의 Y2k문제는 컴퓨터와 별 연관이 없어 보이는 각종 설비와 장비, 제품 등에서 발생한다. 자동차, 항공기 등에는 적게는 수십 개부터 많게는 수천 개까지의 컴퓨터용 칩이 들어있다. 각종 전자무기나 원자력 등의 발전설비는 물론 인명과 직결된 의료장비도 정밀한 컴퓨터 칩에 의해 작동되며, 이 칩들이 Y2k문제로 인해 발생시킬 수 있는 사고는 곧바로 인명손실과 직결된다. 그러나 아직은 거의 대부분의 기관들이 이 문제에 관한 한 무지스러울 정도로 태연자약하다.
이 분야의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설비나 제품 자체를 제작한 메이커가 내장된 칩의 프로그램 소스를 알고 있어야 하고, 이 상태에서 칩의 교환이나 수정, 설비 자체의 폐기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 사회의 비전산분야는 Y2k문제의 사각지대다. 설비 사용자는 설비의 외관과 기능에만 관심을 가질 뿐, 내장된 컨트롤러에 대한 자세한 사양은 모르고 있다. 보유 설비가 Y2k문제를 안고 있다는 상상조차 하지 않는다. 답을 해야 할 설비 공급업체도 마찬가지다.
더구나 최근 한 컨설팅업체의 조사에 의하면 특정 공장에 설비를 공급한 제조업체의 약 70%가 사라졌거나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한다. 물론 정보시스템 전문가도 설비에 내장된 칩에는 문외한이다. 이처럼 비전산분야의 Y2k문제는 정보시스템 전문가와 설비 운용자의 영향권에서 소외돼 있다.
이같은 비전산분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하다. 전문기관이나 사기업도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지만 사회의 모든 부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 진단을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지원과 규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선진 각국에서도 Y2k문제 해결은 단순 권고가 아닌 강제사항으로 이행되고 있다.
우리사회 또한 정부의 적극적 의지하에 해당 설비에 대한 전문 자문인력의 확보와 문제 해결을 위한 합당한 전문업체 및 기술 구비, 필요 예산의 확보가 수반돼야 한다. 특히 올해 정부나 국방부 등에 필요 예산이 적절하게 확보돼 있는지도 평가해야 할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도 문제다. 중앙정부가 일률적인 정책을 강제하기 힘든 상황에서 문제에 대한 지자체의 인식 정도에 따라 문제 해결수준과 속도에서 차이가 생길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아직 우리사회가 비전산분야의 Y2k문제에 관해 관심, 책임자, 기술, 시간이 부족하며, 이 문제에 대한 심각성조차 공유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정부와 기업, 제조업체와 사용자들이 문제의 심각성과 해결의 필요성에 공감할 수 있다면 위험성과 효과, 시급성 등에 따라 우선 해결과제를 정하면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본다. 눈에 보이는 컴퓨터의 2000년문제와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더욱 치명적일 수 있는 비전산분야의 2000년문제 해결은 지금 당장 동시에 진행돼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