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D램 시장, 호전 가능성

「내릴만큼 내렸다. 이제는 치고 올라갈 일만 남았다」

한국과 일본 반도체 업체들의 희생적 감산조치와 일부 업체들의 공장 폐쇄가 이어지면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이제 바닥권에 접근했다는 분석이 상당수 시장 전문가들에 의해 제기되면서 D램 가격 회복에 대한 기대가 부풀고 있다.

가격이 이미 생산원가 수준을 넘나들만큼 지나치게 하락한 데다 가격 폭락의 직접적인 원인인 공급과잉 문제가 자의적이거나 타의적인 방법으로 해소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공급량 축소를 통한 가격 안정이라는 처방의 불씨를 제공한 것은 세계 D램 시장의 양대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과 일본반도체 업체들의 감산 조치.

6월과 7월의 하계 휴가를 틈타 7일에서 10여일간씩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한 한, 일 반도체 업체들의 자율감산이 소폭의 가격 상승세로 이어지면서 불황 탈출의 실마리를 제공했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7월이 D램의 최대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시장 주력제품인 16M와 64MD램의 시장 가격이 강보합세로 돌아서고 있다는 사실에 세계적인 반도체 시장 분석가들이 주목하고 있다.

마이크론테크놀러지사와 함께 미국의 D램 산업을 이끌어왔던 TI사가 마이크론에 D램 공장을 매각한 것도 결정적으로 전체적인 D램 공급량을 줄이는 효과를 불러왔다는 분석이다. 마이크론사가 인수한 TI의 생산라인의 정비가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하나의 굿뉴스는 최근 유럽의 대표적인 D램 생산업체인 지멘스사가 영국의 타인사이드 지역에 있는 16MD램 일관가공라인(FAB)을 폐쇄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특히 10억달러가 투자된 이 공장은 가동을 시작한지 불과 15개월밖에 되지 않은 0.25미크론(㎛:1백만분의 1m)의 최첨단 공정을 사용하는 D램 생산라인이라는 점에서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시장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또하나의 변수는 D램 제품의 고집적화가 진전되면서 개발력과 공정 기술이 뒤떨어지는 2.3류 반도체 업체들의 자연적인 퇴출이 예상된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유명 반도체 시장조사전문업체인 세미코리서치사는 『올해나 내년중으로 상당수의 소규모 D램 업체가 메모리 사업을 포기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을 정도다.

특히 D램의 최대 호황기였던 95년 이후에 우후죽순처럼 등장했던 대만 D램업체들이 64MD램 이상 제품 개발에 소요되는 막대한 자금을 이겨내지 못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로 있다. 그러나 이같은 낙관적인 분석을 경계하는 비관적인 견해도 적지 않다.

현재의 공급과잉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5~6개 정도의 D램 FAB을 폐쇄해야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99년 중반까지는 D램 가격 상승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어쨌거나 최근 세계 D램 업계에서 이어지고 있는 감산과 공장폐쇄,사업포기등을 감안할 경우,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최악의 상황」은 벗어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라고 할 수 있다.

<최승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