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테를 두르고 있는 토성을 옛날 동양에서는 진성이라고 불렀다. 토성은 지구보다 7백50배나 큰 부피를 지니고 있지만 무게는 95배밖에 안된다. 다시 말해서 덩치에 비해 무척이나 실속(?)이 없다. 사실 토성은 물보다도 밀도가 낮아서, 만약 토성을 담을 만큼 큰 물웅덩이가 있다면 둥둥 뜰 것이다. 태양계의 행성들 가운데 물보다도 비중이 낮은 것은 토성밖에 없다.
또 토성은 망원경으로 보면 납작한 모양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적도의 지름이 12만1천㎞인 데 반해 극방향의 지름은 10만9천㎞에 불과하다. 극방향 지름이 9.6%나 짧은 것이다. 이렇게 나타낸 수치를 편률이라고 하는데 목성도 육안으로 납작하다는 사실이 보일 정도로 편률이 높지만 토성보다는 작은 6% 정도다. 이에 반해 지구는 0.34%밖에 안 된다.
토성이나 목성의 편률이 이토록 높은 이유는 행성의 대부분이 가스체라서 자전 운동에 따른 원심력으로 인해 바깥쪽으로 밀려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두 행성은 덩치가 지구보다 훨씬 크면서도 하루의 길이, 즉 자전주기는 10시간 정도밖에 안된다. 덩치가 크면서도 자전주기가 빠르다면 자전속도는 지구에 비해 어마어마하게 빠르다는 이야기다. 지구에서는 적도 부근의 자전속도가 시속 1천7백㎞ 정도지만 목성의 적도 부근은 시속 4만6천㎞로 움직이고 있다.
물론 목성과 토성은 덩치가 크고 무게도 무거운 만큼 인력도 지구보다는 훨씬 세지만 빠른 자전속도와 낮은 밀도 때문에 전체적으로 납작한 모양을 형성하게 된 것이다. 토성은 목성보다 작고 자전속도도 목성보다는 약간 느리기 때문에 편률이 제일 높다는 사실이 납득이 안갈 수도 있다. 토성은 밀도가 워낙 낮기 때문에 납작한 모양을 하고 있다. 즉, 토성은 전체 부피의 약 80%가 기체인 「허풍선이 거인」이다.
지구가 태양 둘레를 돌고 있다는 「지동설」을 주장했던 유명한 학자 갈릴레오는 천체망원경으로 토성을 관측하다가 깜짝 놀랐다. 토성에 귀 같은 것이 달려 있었던 것이다. 당시 망원경의 성능 때문에 그는 그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더 자세히 알아내지 못했지만 아무튼 그가 본 토성에는 양쪽에 무엇인가가 대칭형으로 삐죽 튀어나와 있었다. 물론 그가 본 것은 오늘날 너무도 잘 알려진 토성의 테다.
토성의 테는 무수히 많은 얼음이나 암석 알갱이들이 모인 것이다. 테 전체가 한덩어리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고 잘게 쪼개져 제각기 따로 토성의 주위를 공전하고 있다. 이 사실은 스펙트럼 분석으로 테의 각 부분 공전 속도를 관측해보면 전체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토성의 테는 폭이 무척 넓어서 지구가 들어가고도 한참 남을 정도지만 두께는 고작해야 15㎞ 정도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토성의 테를 정확히 옆에서 관측하면 망원경으로도 관측되지 않을 때가 있다. 이처럼 토성의 테가 없어진 것처럼 보이는 때는 대략 토성 공전주기의 절반인 15년마다 한번씩 찾아온다.
토성은 또 달이 많기로도 유명하다. 지금까지 20개가 넘게 발견됐는데 그 가운데서 타이탄이 가장 크다. 타이탄은 지구의 달보다도 크며 현재까지 발견된 태양계 안의 모든 달들 가운데 가장 크다. 무엇보다도 주목할 만한 사실은 타이탄에는 대기권이 있다는 것이다. 그 대기가 무엇으로 이루어졌는지는 더 연구를 해보아야 하지만 아무튼 상당수의 천문학자들은 타이탄에서 외계 생명체를 발견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지구에서 보는 일출 광경은 상당히 멋지지만 타이탄에서 밤이 지나고 아침에 토성이 떠오르는 광경은 태양계 안의 그 어느 곳보다도 환상적일 것이다. 토성의 테가 먼저 지평선에서 올라오고 이어 거대한 토성이 서서히 떠오르는 광경을 한번 상상해 보시라!
<박상준, 과학해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