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글 긴생각] 지식경영의 전제조건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한 시기를 풍미하는 유행어(buzzword)가 있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는 IMF위세에 힘입어 관련 유행어들이 회자되고 있다.

정보산업계에서는 인터넷, 웹, 인트라넷에 이어 데이터웨어하우징, 데이터 마이닝, 지식관리시스템(KMS:Knowledge Management System) 등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러한 개념은 기존의 정보기술 관련 투자를 통해 축적한 자료를 최대한 활용,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이를 이용해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후기 산업사회로 전환하면서 주력상품의 성격 변화, 테일러리즘 이후 지속적으로 발전해 온 「잘 계획된」방식에 의한 생산성과 품질향상체계의 한계 등을 극복하고 WTO를 중심으로 가속화하고 있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편으로서 기존 지식(또는 자료)의 재가공에 의한 지적 자산의 극대화는 선진국과 모든 첨단기업의 모토가 됐다.

따라서 세계 유수의 기업들은 지식경영을 앞다퉈 도입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기업에도 IMF 한파를 이겨낼 수 있는 중요한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유행을 보면서 과연 우리에게 이런 일을 해낼 준비가 돼있는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왜냐하면 지식경영이나 데이터 마이닝 기술은 기존에 잘 축적된 자료, 즉 1차 자료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국가 전체적으로는 물론이고 개별기업들조차도 이런 1차 자료를 제대로 축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는 누구보다도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민족이면서도 역사의식과 이에 따른 반성의 결여로 인해 기록을 증발시키고 사장시켜왔다.

또한 강력한 내외의 통제를 받는 방송, 재벌언론사와 언론재벌사가 경쟁하는 언론, 컴퓨터 통신마저 검열해 구속하는 정보기관들, 이것이 21세기를 앞둔 한국의 슬픈 자화상이다.

그러면 어떻게 정보를 공개하고 공유하는 정보마인드를 확산시켜나갈 수 있을 것인가.

전 국민이 정보화의 열매를 향유할 기회를 갖지 않고서는 국민 스스로가 정보공유의 가치를 깨닫고 스스로 정보를 기록, 정리, 배포하게 되길 기대하기는 힘들다.

따라서 공공기관에서부터 자료를 정리하고 국민에게 널리 공개하는 작업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현재 사회 일각에서 추진되고 있는 「정보취로사업」을 통한 공공 데이터베이스 구축은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더욱 중요한 것은 공공의 자료를 기록, 정리, 공개하는 것을 일회성 사업이 아니라 공공기관의 모든 종사자들이 의무로 인식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는 물론이고 국민이 활용할 수 있는 가치있는 자료를 많이 보급하는 사람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운영의 묘도 찾아야 할 것이다.

한편 기업의 경우 내부에서 축적, 활용할 수 있는 정보(또는 지식)는 다음과 같이 크게 세 부류로 나뉜다. 기업의 일상적인 활동을 위해 필요한 기초자료(인사자료, 거래처 장부 등), 직원들이 갖고 있는 지식(영업 노하우 등), 기업 전략자료(외부 컨설팅 자료 등)가 그것이

다.

여기에서 첫번째와 세번째는 누구나 약간의 노력과 돈의 투자로 쉽사리 얻을 수 있는 반면 두번째 자료는 포착해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 부분을 포착해 기업의 자산으로 승화시키지 않는 한 다른 기업과 차별성을 확보할 수 없다. 그리고 이 지식을 포착하기 위해서는 전 직원의 정보마인드를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이 선행돼야 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

따라서 각 기업에서도 직원들에게 더 많은 기업정보를 제공해 직원들의 정보마인드를 제고하고 이를 기반으로 훈련된 직원들이 그들의 자료를 주변 직원들과 공유해야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신승현 PLM컨설팅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