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세계] 구리 반도체 시대 "성큼"

구리 반도체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지금까지 알루미늄이 맡아온 반도체 트랜지스터간 상호연결을 구리가 대체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는 두뇌역할을 하는 수백만개의 트랜지스터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 트랜지스터가 스위치처럼 켜졌다 꺼졌다 하면서 컴퓨터의 명령을 전달하는 것. 따라서 이들 반도체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단위 면적당 트랜지스터의 수를 늘리는 게 관건이다. 수를 늘리기 위해서는 트랜지스터가 차지하는 공간을 줄여 밀도를 높여야 하고 따라서 이들 트랜지스터는 보다 가깝게 패킹돼야 한다.

하지만 알루미늄을 이용해서는 더 이상의 고밀도 패킹이 불가능하다. 알루미늄으로 패킹밀도를 높일 경우 전자의 흐름이 방해받기 때문. 즉 알루미늄을 이용해 점점 더 소형화하는 칩에 충분한 전력을 공급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알루미늄을 이용한 반도체는 클록속도 4백㎒가 한계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새롭게 선택된 금속이 바로 구리다. 구리는 알루미늄에 비해 저항이 작아 전자신호를 보다 빠르게 전송할 수 있다. 구리를 실리콘표면에 부착시킴으로써 알루미늄 칩에 비해 40% 가량 향상된 신호처리능력을 갖게 되는 대신, 제조비용은 30% 이상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들어 업체들이 속속 구리칩 개발에 뛰어들고 있는 것도 구리칩시대를 앞당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세계최대의 반도체업체인 미 인텔의 관계자는 향후 5~7년 사이에 반도체산업의 중심이 구리로 옮겨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구리칩 개발을 주도해온 IBM이 구리로 된 파워PC칩을 올해말 출시할 예정이고 애플컴퓨터는 이미 지난 3월 구리로 만든 4백㎒ 파워PC 칩으로 운용되는 파워매킨토시를 시연한 바 있다. 모토롤러도 데이터 처리속도를 1㎓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제조공정을 개발했고 텍사스인스트루먼츠도 구리와 「세로겔」이라는 특수 절연물질를 사용한 칩을 개발중이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칩의 성능을 10배 이상 향상시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삼성전자가 알파칩 생산라인에 구리칩 제조공정을 본격 도입하는 등 삼성전자와 LG반도체가 구리칩 개발에 나서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구리반도체를 만드는데 아무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구리칩 제조공정이 실제 양산라인에 도입되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문제들이 있다.

구리는 반도체의 기본소재인 실리콘과 잘 혼합되지 않는다. 이같이 구리칩 제조공정에서만 특이하게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실제 양산라인에 직접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강력한 공정장비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 회로선폭이 0.13미크론 이하로 작고, 가로, 세로비가 5대 1 이상인 연결구조에 구리를 얼마나 신뢰성있게 채워넣을 수 있는가 하는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또 구리를 저장하는 역할을 하는 배리어층과 매우 좁고 깊은 구조에 구리를 채울 수 있도록 하는 시드층을 도포시키기 위한 기술도 필요하다.

하지만 미국 노벨러스와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 등 반도체장비업체들이 이런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장비의 개발에 나서고 있어 아직은 과도기지만 구리칩시대는 서서히 열리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허의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