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관람석] 롭 바우만 감독 "X파일"

TV시리즈물로 이미 국내에도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X파일」의 극장판. TV시리즈의 인기를 등에 업고 제작된 영화답게 주요 배우와 스텝들이 모두 그대로 기용됐다.

사실 이 영화는 기존 TV시리즈를 익숙하게 보아왔던 관객과 그렇지 않은 관객들 사이에 평가가 엇갈릴 수 있다. TV시리즈물의 팬이라면 「X파일」의 최대 강점으로 꼽히는 긴장감과 대립, 그로 인해 더욱 증폭되는 불확실한 세계에 대한 공포의 「미덕」이 사라진 것에 대해 실망감을 느낄 것이다. 새로운 관객들을 위해 영화는 TV시리즈보다 훨씬 큰 스케일을 과시하고 구체성을 가미했다.

그러나 이러한 제작진의 배려는 「X파일」을 너무나 설명적인 영화로 만들었다. 따라서 직관과 이성을 대립시키며 신비주의와 현실의 경계를 교묘하게 혼란시키는 원작의 매력이 많이 쇠퇴되었음은 물론이다. 블록버스터 영화를 의식했기 때문인지 주인공인 멀더와 스컬리의 관계를 좀더 로맨틱하게 만든 것 역시 이 영화에서 논란이 되었던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X파일」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만약 「X파일」의 「신화」를 스크린에서 처음 경험하는 관객이라면 익숙하게 보아왔던 할리우드영화와는 또 다른 새로운 영화와의 만남이 될 수 있다.

「X파일」이란 원래 일반인에게 공개될 수 없는 정부의 극비 문서파일을 일컫는 말. 「진실은 저 너머에 있다」는 멀더의 다이얼로그로 대표되는 영화 「X파일」은 그 가운데서 외계인과 관련된 문제를 소재로 가져온다.

댈러스의 빌딩에서 폭발사건이 일어나고, 근무지를 이탈해 폭발물을 발견한 멀더(데이비드 듀코브니 분)와 스컬리(질리안 앤더슨 분)는 이 일로 인해 상부로부터 추궁을 당한다. 멀더는 부친과 함께 일했다는 크루츠와일 박사로부터 폭파사건이 외계인과 연루되었다는 정보를 접한다. 폭파된 빌딩에서 나온 시체를 부검한 결과 스컬리는 그 시체가 불에 타거나 질식된 것이 아니라, 알 수 없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이라는 걸 알게 된다. 외계인과의 교감을 이루려는 고위권력층의 비밀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멀더의 추적이 부담스러운 비밀위원회에서는 스컬리를 납치한다. 멀더는 비밀위원회의 한 사람으로부터 선사시대부터 지구를 식민지로 만들기 위한 외계인의 바이러스가 침투되어 있었으며 그것을 치유하기 위한 백신 연구가 진행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스컬리를 찾기 위해 남극으로 간 멀더는 비밀기지를 발견하고, 이곳에서 인간의 몸을 숙주로 자라는 외계인들과 부딪힌다.

이 영화의 결말은 여전히 의문부호로 남아 있다. 멀더와 스컬리의 추적은 음모에 대한 응징이나 분쇄가 아니라 진실에 대한 접근이기 때문이다. 그럼으로써 「X파일」의 창조자 크리스 카터는 여전히 우리를 기대하게 만든다.

<엄용주, 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