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기계협회장, 또 중도하차 위기

사상 최악의 내수경기 부진 여파로 공작기계 업계의 시장 구도가 급격하게 재편되고 있는 가운데 공작기계 업계를 대표하는 한국공작기계협회의 회장이 또다시 중도하차의 위기를 맞았다.

공작기계협회장을 맡고 있는 두산기계 정재식 사장이 오는 9월 1일자로 예정된 그룹 계열사 합병(두산기계는 ㈜두산의 기계비지니스그룹(BG)으로 편입)을 앞두고 발표된 인사에서 경영부진의 책임을 지고 지난 7월 29일자로 퇴사했기 때문. 이에 따라 정 사장은 지난 2월 보궐선거를 통해 임기 3년의 공작기계협회장을 맡은 지 6개월여 만에 또다시 중도 사퇴해야할 처지에 놓였다.

지난해 2월 임기 3년의 9대 협회장으로 선임됐던 기아중공업 김재복 전 사장도 기아그룹의 부도 사태로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임기 1년 만에 중도 퇴진한 바 있다.

협회 관계자는 『정 회장으로부터 협회장 사임과 관련한 공식 입장을 전해들은 바 없다』고 전제하고 『고문으로 일선에서 물러났던 김 전 회장과는 달리 정 회장이 퇴사한 것이라면 이사회의 논의를 거쳐 임시총회를 소집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해 정 회장의 퇴임 및 보궐선거를 기정사실화 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회장사를 맡을만한 업체들이 대부분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어 자사 추스리기도 벅찬 데다 대부분의 회원사들이 경기 부진으로 심각한 경영난에 처해 있어 임시총회를 개최하기 위한 정족수 채우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김 전 회장 전까지만 한 두 회사의 장기 집권으로 타사의 불만이 높아 단임제로 바꾸는 등 공작기계협회장은 업계 대표들 사이에서는 선망의 자리였으나 왜 이렇게까지 됐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 업계 관계자는 『공작기계 업계가 심각한 불황을 타개하려면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회장을 중심으로 업체간 협력 및 단합을 이끌어 내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면서 『연이은 협회장의 중도 퇴진은 현재 국내 공작기계 업계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박효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