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도 드디어 윈도98시대가 열렸다.
PC 운용체계(OS)역사의 또다른 한 페이지로 기록될 윈도98이 지난 6월 말 미국에서 판매되기 시작한 데 이어 11일부터는 국내에서 본격 시판된다. 이에 따라 80년대 DOS에 이어 90년대 들어서면서 윈도시대를 열었던 PC 운용체계는 32비트 컴퓨팅시대를 연 윈도95 출시 이후 만 3년만에 윈도98을 선보임으로써 절정을 이루게 됐다.
특히 이번에 출시된 윈도98은 현재 존립여부마저 거론될 정도로 최악의 상황에 빠져있는 국내 컴퓨터산업을 불황의 늪에서 끌어낼 마지막 카드로 평가되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
윈도 시리즈의 결정판이 될 윈도98은 제품발표 때마다 기능 자체에 혁명적인 변화를 이루어 왔던 과거의 운용체계와 달리 기존 운용체계의 기능을 더욱 안정화하고 활용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특징을 찾을 수 있다.
우선 윈도98은 인터넷과의 통합을 이루었고 각종 PC 주변기기들의 성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며 특히 컴퓨터의 오락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또한 제품의 신뢰성 역시 윈도95보다 한결 높아졌다. 또 윈도98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브라우저인 「익스플로러」가 내장됐고 최고 9대의 모니터를 연결해 쓸 수 있는 다중모니터 지원기능 등을 갖추고 있다.
윈도98이 이처럼 기존 운용체계에 살을 덧붙이는 데 주력한 결과 일부에서는 윈도98이 새로운 운용체계가 아니라 윈도95의 최신 버전 정도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일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모니터를 9대까지 붙여 쓸 수 있도록 한 것이 윈도98』이라며 별 효과없이 반짝이는 기능 몇 가지가 추가됐을 뿐이라고 폄하하고 있기도 하다.
이 때문에 시판 전부터 윈도98의 성공여부가 상당히 의문시됐다. 그러나 최근 외신에 따르면 이같은 시각은 상당부분 불식된 듯하다. 미국과 일본에서의 초기 판매량이 윈도95 발매 당시 상황을 능가하는 등 호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윈도98이 판매 나흘만에 51만카피가 팔려나갔고 열흘동안 80만8천카피가 팔려 윈도95와 초기 판매실적을 능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에서는 발매 이틀만에 25만카피가 팔려 발매 나흘만에 20만카피가 팔린 윈도95의 기록을 깼다.
예상을 뒤엎는 이같은 윈도98의 판매호조에 대해 전문가들은 윈도 기반의 컴퓨터시장이 지난 3년간 50% 이상 성장했고 윈도98이 이전 버전보다 업그레이드하기가 훨씬 쉽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윈도98에 대한 기대는 사실 국내에서 오히려 더 크다. 불황에 허덕이는 컴퓨터산업을 살려낼 뚜렷한 호재가 없는 상황에서 윈도98의 국내 시판은 컴퓨터산업의 재도약을 가능케 하는 유일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PC업체를 비롯해 유통업체나 반도체업체 등은 윈도98을 올해 마케팅의 최대 이슈로 활용키로 하고 대대적인 판촉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우선 윈도98의 주인공인 마이크로소프트는 11일 한글윈도98의 국내 시판을 계기로 13일부터 이달 말까지 전국 순회 로드쇼를 개최하고 외식업체인 베니건스와 공동마케팅을 펼치는 등 윈도98 붐 조성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이에 앞서 지난 5일부터는 윈도98의 길거리 판촉행사를 전국에서 개최해 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국내에서 윈도98의 연간 판매목표를 패키지 판매로 6만5천카피, 라이선스 형태로 3만5천카피 등 총 10만카피로 책정해 놓고 있다. 이 매출목표 중 업그레이드 사용자가 전체의 7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패키지 판매가 많은 것은 대규모 사용자들이 운용체계가 바뀐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운용체계를 바꾸는 것이 아니기 때문으로 초기에는 일반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판매가 주류를 이룰 것이기 때문이다.
최악의 시장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PC업체들은 특히 윈도98 출시에 한가닥 희망을 걸고 윈도98 붐 조성을 위한 다양한 판촉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이와 관련, PC업계는 윈도98 출시에 맞춰 새로운 운용체계에 맡는 기능과 성능을 갖춘 신제품을 일제히 출시하는 한편 사용자교육 및 설치지원을 위한 별도의 전담반도 구성,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이들 회사는 그러나 윈도95 발표 때처럼 요란한 이벤트보다는 차분하면서도 지속적으로 사용자를 파고들어 잠재수요를 일궈내는 다소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윈도98에 대해 기대하기는 주변기기나 반도체업계도 마찬가지. 주변기기업계는 이번 윈도98의 가장 큰 특징으로 주변기기 사양이 크게 변경됐다는 점을 들고 윈도98에 맞는 제품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유니버설시리얼버스(USB) 규격의 채용에 따라 USB방식의 주변장치들을 잇따라 개발, 출시하고 있으며 카드업체들은 윈도98이 영상회의와 AGP기능을 지원키로 함에 따라 TV수신카드나 AGP 그래픽카드의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기대하고 관련제품 영업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또한 윈도98이 다중모니터를 지원키로 함에 따라 직접적인 수요를 기대하는 모니터업계는 물론이고 용량증가를 기대하는 하드디스크업계, 영상회의를 위한 CCD카메라업계 등도 부푼 기대를 감추지 않고 있다. 반도체업계는 USB컨트롤러나 허브컨트롤러 등 USB칩의 수요확산에 큰 기대를 걸고 있으며 PC 수요증가에 따른 D램판매 증가에도 희망을 걸고 있다.
유통업계나 용산 등의 조립PC업계의 기대는 더욱 남다르다. 이들은 IMF로 주머니가 가벼워진 사용자들이 비싼 대기업 신제품을 구매하기보다는 주변기기를 교체, 기능을 업그레이드하는 쪽을 더욱 선호할 것으로 기대하고 수요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다각적인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다우데이타시스템 등 마이크로소프트의 총판업체나 유통업체들은 윈도98 출시시기에 맞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는 대규모 업그레이드 행사를 준비하고 있으며 세진컴퓨터랜드 등은 윈도98과 업그레이드 부품을 한데 묶은 패키지상품도 준비하고 윈도98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창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