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파 측정시설 입찰 "물의"

조달청이 관, 산, 학 공동 출연금으로 아주대학교에 설립을 추진중인 「전자파공동연구소」에 설치될 전자파 측정시설에 대한 국제입찰을 실시하면서 전문적인 심사, 평가없이 최저가로 응찰한 외국업체를 선정, 물의를 빚고 있다.

10일 관련기관 및 업계에 따르면 조달청은 한국전기용품안전관리협회의 의뢰로 최근 실시한 「전자파공동연구소」 1차 전자파측정시설 국제입찰에서 국내 중소업체인 유일엔지니어링을 비롯해 독일 지멘스-일본 마쓰시타 컨소시엄, 미국 린드그린 등 3개 참여업체 중 16만달러를 제시한 린드그린을 최종 낙찰자로 선정했다.

그러나 이번 린드그린의 낙찰가격은 2억7천여만원을 써낸 국내업체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시설도 국내업체가 대부분 국산 원자재를 사용하려는 데도 이를 외면한 채 시설공사에 따른 대금이 대부분 해외로 유출되는 외국업체를 선정한 것은 IMF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중소기업 육성의지를 대외적으로 표명하고 있는 정부의 기본 정책방향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미국 린드그린의 경우 대구지방중기청 전자파측정시설을 공급한 것 외에는 이렇다할 국내 시공실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이 회사의 전자파측정실 외관시공방식인 「모듈러패널타입」이 국내업체의 「모듈러팬」방식에 비해 원가는 싸지만 습기, 이동 등에 약해 신뢰성이 떨어지고 사후관리면에서 다소 취약해 조달청의 이번 입찰이 전문성이 결여됐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국내 전자파적합성(EMC) 전문가들은 『EMC측정시설은 제품의 품질이나 판매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는 전자파시험의 핵심시설이고 한번 설치하면 교체가 어려워 사전에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며 『더욱이 전기용품안전관리협회 전자파공동연구소가 민간연구소가 아니라 정부출연금(산업기반기술조성자금)과 국내 전기, 전자업계의 공동 출연금으로 설립되는 것인 만큼 조달청이 시설 및 장비 선정에 신중을 기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기용품안전관리협회 관계자는 『입찰에 따르는 후유증을 고려해 특별히 조달청에다 의뢰해 낙찰자를 선정한 것』이라며 『이번 장비는 주 설비가 아니라 연구개발(R&D)용 간이 전자파측정장비이며 내년에 실시될 본격적인 설비투자에는 자체 평가단을 비롯한 전문가들의 신중한 심사평가를 거쳐 낙찰자를 선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산자부의 산업기반기술조성자금과 전기용품안전관리협회 소속 회원사 등 전자업계 전반의 출연금으로 수원 아주대에 설립 추진중인 전자파공동연구소는 오는 10월 착공, 내년말 완공된다.

<이중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