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로 세트업체들의 매출부진에 따른 생산감소와 원가절감 등으로 인해 어두운 상반기를 보낸 부품업체들은 올해 하반기가 더욱 걱정스럽다.
일본의 노무라증권, 한국은행 등 국내외 경제연구기관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마이너스 5% 이상으로 분석하고 있다. 따라서 부품업계는 하반기에도 내수시장이 침체될 것으로 보고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수출시장에 주력하는 한편 또 한 차례의 구조조정 단행이 불가피한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자금압박에 시달리는 업체들은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난국을 헤쳐 나가려 할 것이 틀림없다.
부품산업을 분야별로 보면 반도체 장비 및 재료 시장은 상반기 최악의 불황기를 맞았다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의 국내 주요 소자업체는 설비투자를 대폭 축소, 신규 라인건설이 전면 연기된 가운데 동부그룹마저 반도체사업을 포기함에 따라 상반기 국내 반도체 장비 수요는 전년 대비 70% 이상 감소했다.
하지만 하반기에는 반도체산업 특성상 지속적인 설비투자가 불가피하므로 일정 규모의 장비 수요는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낙관은 이르다.
재료시장의 경우 최근의 반도체 감산 분위기 확산으로 상반기보다 그 수요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SMPS업계도 전반적인 불황의 여파로 98년 상반기 최악의 상황을 겪었다. 특히 통신용 업체들의 경우는 지난해 최고의 호황을 누렸으나 올 들어 통신서비스 사업자들이 신규 투자에 전혀 나서지 않고 있어 하반기 시장전망을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다.
인쇄회로기판(PCB)업계도 올 상반기에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 특히 내수시장에 안주해온 업체와 가전기기용 페놀계 PCB를 생산해온 업체들은 매출이 급감해 생존 자체를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상반기 극도의 침체를 보였던 PCB산업은 하반기 들어서도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지 않다. 다만 내수에서 전자정보통신기기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여 다소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커넥터업계는 상반기에 IMF체제 이전보다 생산설비 가동률이 40% 이상 줄어 부진했다. 특히 매출액이 1백억원 미만인 중소기업이 많은 커넥터업계는 올해 들어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으며 일부 기업들은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자구노력을 하고 있지만 시장 자체가 얼어붙어 별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반기에도 시장 상황이 호전될 만한 재료가 없어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올 1,4분기 수출이 호조를 보인 코어업계는 4월 들어 수출 증가세가 둔화된데다 일본 및 동남아 등 주력 수출시장의 경기전망이 불투명해 하반기에는 다소 소강상태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전반적인 경기침체 여파 속에서 모니터 수출의 호조로 일부 모니터용 트랜스업계는 상반기 매출이 다소 늘어났다. 그러나 원자재가격 인상 및 공급가격의 하락 등으로 채산성은 악화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각 업체간 공급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출혈경쟁으로 인한 피해마저 우려되고 있다. 하반기에도 이러한 상황이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시장의 침체로 신규 수요가 거의 없어 안정기업계의 상반기 실적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하반기에도 시장 수요는 계속 침체국면에 빠져들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안정기업체들은 재고소진을 위해 치열한 덤핑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양봉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