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캠코더사업, "부활의 기회" 맞았다

지난해 포기설까지 나돌았던 삼성전자의 캠코더사업이 올들어 정상화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호기까지 맞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세계 10대 업체로 위세를 떨쳤던 프랑스 톰슨과 일본 히타치가 최근 캠코더사업을 중단한 데 이어 샤프도 조만간 포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톰슨과 히타치가 캠코더사업에서 철수할 경우 세계 캠코더시장에는 기라성 같은 업체들이 다 사라지고 겨우 6개사만이 남게 돼 그만큼 삼성전자의 입지가 높아지게 된다.

히타치는 캠코더시장이 악화되면서 독자브랜드를 포기하고 최근에는 톰슨을 상대로 OEM생산만 하고 있을 정도로 캠코더에 대한 집착을 버린 상태다.

톰슨도 캠코더의 독자생산이 여의치 않자 히타치에서 OEM으로 공급받아 자사 브랜드로 시판해왔으나 OEM방식이라는 구조적 취약성 때문에 더 이상 캠코더사업을 지속하기가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톰슨은 최근들어 재고처분에만 주력한 채 신규 주문을 내지 않고 있으며 따라서 히타치도 신규 생산을 중단한 상태다.

캠코더사업에 뛰어들었던 쟁쟁한 가전업체들 중 필립스, 산요는 이미 이 사업에서 손을 뗐고 톰슨과 히타치가 사업을 중단한 상태며 LG전자도 사업철수를 천명, 삼성전자는 소니, 마쓰시타, 샤프, JVC, 캐논 등과 함께 아직까지 캠코더사업을 지속하고 있는 6개 업체의 하나로 남게 됐다.

특히 삼성전자는 국내 캠코더산업의 보루라는 멍에와 명예를 동시에 떠안게 됐다.

삼성전자는 올해 50만대의 캠코더를 시판해 4백만대의 소니, 2백20만대의 마쓰시타, 70여만대의 JVC 등에 이어 4위의 점유율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마쓰시타와 JVC는 8㎜ 방식이 아닌 DVHS계열 제품을 생산하고 있어 삼성전자는 8㎜계열에서는 소니에 이어 2위 업체로 부상할 전망이다.

더욱이 소니를 비롯, 마쓰시타, JVC, 샤프 등 일본의 선발업체들은 이미 사업중심을 기존의 아날로그에서 디지털제품으로 선회, 아직 아날로그제품에 강점을 지니고 있는 삼성전자가 시장을 파고들 여지가 매우 넓어졌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섣부른 성장위주의 정책으로 막대한 누적적자를 경험했던 삼성전자는 경쟁사의 잇따른 탈락으로 생긴 공백을 사업정상화의 호기로 보고 있다. 과거에 비해 약화된 시장경쟁으로 채산성확보가 쉬워진 만큼 적은 규모나마 최대한 흑자기조를 유지하면서 취약한 광학기술 기반을 유지, 발전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이에 따라 기존 8㎜ 아날로그 캠코더사업의 흑자기조 달성과 디지털캠코더의 신제품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80만대에 달하는 생산설비를 완전가동하기보다는 최근의 엔저로 인한 가격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부품국산화와 외주생산 확대에 전력을 다하고 있으며 딜러들의 구미를 맞추기 위해 수출전략형 디지털캠코더 신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그러나 최근 캐논과 OEM거래를 성사시키는 등 제품에 대한 평판도 좋아졌고 디지털 신제품이 출시되면 딜러들이 요구하는 구색을 갖출 수 있게 돼 연간 30만대 이상을 차지했던 톰슨의 공백을 파고들어 연간 1백만대의 판매고를 돌파, 조만간 캠코더사업의 흑자전환과 함께 양적성장도 이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유성호 기자>